[사설] 회계법인과 기업 유착 끊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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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회계제도 개혁에 칼을 뽑았다.

기업이 의뢰하는 회계감사법인을 정기적으로 교체해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고리를 끊게 하고, 회사가 주주와 경영진에게 금전대여를 못하게 만들어 회사 돈을 쌈짓돈처럼 쓰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분식회계 같은 회계부정이 증시는 물론 경제 전반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막고 한편으로는 해외에서 우리 기업 경영과 한국 경제를 불투명하게 보는 시선도 차단해보자는 목적이다.

불투명한 회계는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경제발전을 막는 암적 요소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분식회계는 고질적이어서 세계적 회계법인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쿠퍼스가 지난해 주요 35개국의 투명지수를 조사한 결과 회계부문 투명도에서 꼴찌였다.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주가를 띄우거나 비자금 조성을 위해 오랜 세월 회계정보를 조작해온 결과다. 외환위기도 결국 이런 분식회계 관행이 자초했다.

회계부정을 사후에 적발하기보다는 부정 가능성을 사전에 막는 것이 기업을 위해, 전체 경제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그렇기 때문에 회계감사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러나 기업을 감시해야 할 회계법인이 기업을 싸고도는 경우가 많았다.

거액의 회계수수료에 눈이 멀어 기업의 입맛대로 감사를 해주는 등 그 유착관계가 문제였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도 회계감사가 제대로 됐다면 미연에 방지했을 일이다.

이번 회계제도 개선안에도 허점이 없는 게 아니다. 회계법인을 정기적으로 교체한다지만 공동감사의 경우엔 이를 예외로 해줌으로써 담합의 여지는 존재한다.

이와 함께 개혁도 좋지만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공인회계사의 분기보고서 검토 대상 확대 등은 취지는 괜찮으나 기업으로선 모두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일이다.

의도를 가지고 불법을 저지른 회계법인이나 공인회계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물어 아예 그 업계에서 퇴출토록 해야 한다. 회계개혁이야말로 불투명, 불안해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만회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