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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내매몰 닷새만에 기적의 생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홍성】지난20일상오7시쯤 충남보령군 덕수탄광 (대표이악규·56)에서 일어난 탄광누수사고로 경내에 갇혀 사망한것으로 추정됐던 5명의 광부중 처남매부간인 오세창 (35·강원도영월군상동읍구내리)·남민용 (23·충남보령군미산면성주리) 씨등 2명이 사고 발생 1백29시간만인 25일하오 3시40분쯤 극적으로구출됐다.
구출된 이들은 보령군대천읍내 서울병원에 입권가료중이나 26일상오10시 현재 체온과 맥박이 정상으로 되돌아와 생명에는 위험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출반원들은 나머지 3명의 광부도 구출하기 위해 양수작업을 계속중이다.

<사고경위>
이들은 사고당일인 지난2O일 상오7시20분쯤 작업교대를 위해 동료광부 5명과 함께 지선에서 3편으로 나오는 순간 천정에서 1만여입방m의 폐수가 쏟아져내렸다. 물은 순식간에 목까지 차올랐다.
허둥지둥 뒤로 물러나주위를 살펴보니 40m높이에 막장이 보였다. 곡괭이와안전등만 챙겨 막장으로 기어올라갔다. 그동안 동료3명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4Om꼭대기에서 안전등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는순간 물이 벌써 막장까지차올랐다.
죽음에 직면한 이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노력해보자고 서로 격려하며 피신처를 찾다가 막장에서 2m 위에 있는 천정에 조그마한 구멍이 나있는것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탄맥을보기위해 파놓은 직경10㎝가량의 구멍이었다. 손으로듬어보니 구멍주위의 돌2개가 흔들리는것을 느꼈다. 이때 곡괭이로 이돌 2개를 들어내자 가로 2m, 세로 40cm가량의 다락방같은 공간이 생겼다. 이곳에서이들2명은 운명의 순간을 기달릴 수밖에 없었다.
절망상태에서 손을 맞잡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버티었다. 안전등으로 비춰본 아래쪽에는 물이 38m 아래쪽에서 정지됐으나 수압으로 인해 가슴이 터질것같은 통증을 느꼈다. 숨도 가빠졌다.

<대피경위>
이들은 물이 있는 38m지점으로 내려가두 팔로 물을 위로 헤쳐올렸다. 이때 생기는 약간의산소를 맛기 위해 코를 대 숨을 쉬었다.
하룻밤이 지난 21일상오 11시40분부터 갱내에 차있던 물이 줄어들기 시작, 살수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물이 줄어들면서 숨쉬기가 약간 쉬워졌고 물을퍼올리는 일도한결쉬워졌다.
물이 줄어드는데로 이들도 아래로 내려오면서 하룻밤을 지냈다. 22일상오4시40분쯤 물이또6m나 줄어들었다. 12시간만에 8m가량 물이 줄어든 셈이어서 이틀간만 더 버티면 살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느낄수 없었던 배고픔과 갈증이 엄습해와서 22일 상오9시부터는 갱목으로 받쳐놓은 소나무껍질을 먹기시작했다. 물은 더러워 마실수 없어 쓰고있던 「파이버」에 오줌을 받아 마셨다b
『꼭 살아야겠다』는 신념으로 24일까지 버틴 이들에게 또한차례의 절망이다가왔다.
24일상오 11시4O분부터 물이 다시 불어나기 시작했다.
악전고투끝에 25일상오6시 드디어 삼편갬도지점에 발이 닿는 감촉을 느꼈다.
그러나 안전등의 전지약이떨어져 어두운 갱안에서 방향을 잡을수 없었다.
「레일」과 배관「파이프」를 더듬으며 5분정도면 나올수 있는 거리를 9시간정도 헤매던끝에 휘미한 불빛을 발견했다.
삼편갱도입구에서 구출반들이 양수작업하는 불빛이었다.
이때 오씨가 불빛이 보인다고 고함치자 남씨는 도깨비를 보았다고 믿지않았다.
오써는 살았다고 소리치며 남씨의 손을 잡고 기어나가 작업반어깨를 치고실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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