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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우승 비결은 선착순 달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선착순 달리기와 심리치료.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우승 키워드는 두 개였다.

 대한항공은 27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우리카드를 3-0(25-22, 25-19, 25-22)으로 완파했다. 대한항공은 2007년과 2011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컵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감독대행을 거쳐 지난해 10월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종민(40) 대한항공 감독은 처음으로 남자배구 정상에 서는 기쁨을 누렸다. 양팀 최다인 25점을 올린 대한항공 신영수(32)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컵대회 직전 대한항공은 연습경기에서 연전연패했다. 한국전력과 5세트 경기를 해 0-5로 졌다. 우리카드와도 4세트 경기를 두 번 치르는 동안 겨우 한 세트를 따냈다. 러시앤캐시에서 이름을 바꾼 막내팀 OK저축은행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완패했다. 김 감독은 “대학팀과 비긴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연습경기 때 대한항공의 체력은 바닥나 있었다. 오프시즌 동안 훈련강도를 높여 선수들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그럴수록 김 감독은 더 뛰게 했다. 연습경기에서 진 날이면 숙소가 있는 경기도 신갈 인근 저수지에서 선착순 달리기를 시켰다. 프로에선 좀처럼 하지 않는 벌칙성 훈련이다.

 신영수는 “달리기가 힘들기보다는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화가 났다. 그러나 우리 팀 훈련 과정이 좋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이 오른 대한항공은 LIG손보와의 개막전에서 졌을 뿐, 이후 4연승으로 우승까지 내달렸다. 연습경기에서 졌던 팀들을 모두 이겼다.

 몸만 고되게 단련한 게 아니다. 대한항공은 매주 월요일 연세대 심리치료 전공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김 감독이 선수들의 멘털을 강화하기 위해 구단에 요청해 만든 시간이다. 특정한 상황에 대한 심리적 해법을 찾는 과정이 반복됐다. 몇몇 선수들은 추가로 심리치료를 요청할 만큼 호응이 컸다.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이 GS칼텍스를 3-1로 꺾고 8년 만에 우승했다. 29점을 올린 현대건설 황연주(28)가 MVP에 올랐다.

안산=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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