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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제3세계외교의 포석|PLO「사실상 승인」에서 얻는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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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이 최규하대통령의「사우디아라비아」방문을 계기로「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승인 방침을 표명한 것은 PLO가 석유외교의 핵심이라는 현실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공동성명에서 한국은 ▲「팔레스타인」의 자결권과 ▲PLO의「팔레스타인」대표권을 공식인정한 외에 ▲67년 3차 중동전 때「이스라엘」에 빼앗긴 모든 영토를「아랍」권에 이양할 것을 촉구한 것은 사실상 한국이「팔레스타인」에 대한「카드」를 모두 내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가장 미묘한「이슈」로 작용돼온「예루살렘」의 일부지역까지 언급, 실지에 포함시킨 것은 PLO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준 것이다.
PLO는 비년 창설이래 세계곳곳에서 국제「테러리스트」로 이름을 떨쳐왔으나 10년 후인 74년11월「유엔」에서 상주「업저버」자격을 획득하는 등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면서 점차 온건노선을 펴왔다. 심지어「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고있는 미국에 대해서도「이란」의 미국인인질 사건중재에 두 번이나 나서는「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3월「오스트리아」는 서방권으로서는 처음으로 PLO를 공식승인, PLO의 공식대표기구까지「빈」에 주재시키는 적극성을 보였다.
이밖에 구공시(EEC)와 일본·불·영·서독정부도 PLO 지지를 표명했다. 우리나라는 작년9월 박동진 외무장관의「쿠웨이트」방문 때 PLO승인의사를 발표한바 있으나 아직 국가승인에 따른 대표단교환의 차원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팔레스타인」국가가 창설되지 않았고 대미외교사상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이번의 PLO기구 인정방침 표명은 매우 적극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8년「이스라엘」독립을 계기로 영토를 잃은「팔레스타인」인들은 오늘날「아랍」세계에서 가장 문맹율이 낮고 지성이 높아 인접「아랍」형제국에 산재, 주재국에서 금융·언론 등에 필요 불가결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하는「아랍」국가들은 같은「아랍」인이라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이들의 비중 때문에「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로 돼있다.
만약「아랍」국가들까지 이들을 냉대한다면「팔레스타인」인들이 주재하는 어느 곳에서든지 이들에 의한「테러」가 빈발, 최악의 경우「아랍」제국정부의 존폐마저 위협될 가능성이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인구 1백17만인「쿠웨이트」의 경우 원주민47만에「팔레스타인」인 30만이나 된다.
따라서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특히「에너지」안정공급에 부심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산유국인「아랍」제국과의 관계를 위해서는「아랍」의 PLO후원정책에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야세르·아라파트」가 이끄는 PLO의 온건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범세계적인 지지 기반을 넓혀갈 것이 확실함으로써 한국이 이번에 PLO를 공식으로 인정한 것 등은 석유외교 뿐만 아니라 PLO를 지지하고있는 제3세계에 대한 외교적인 포석으로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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