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병아리·금붕어, 싹안트는 꽃씨등|동심울리는 『자연학습자료』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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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른들의 얄팍한 상혼이 동심을 올리고 있다. 2∼3일이면 죽어버리는 병아리, 심어도 싹이 트지않는 무시, 하루를 못넘기는 금붕어, 해충알이 그득한 개구리알등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국민교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자료』들이 상인들의 그릇된 돈벌이에 이용돼 오히려 어린이들의 정서를 해치고 있다.
봄철이 되면서 서울시내국민학교앞길에는 병아리·금붕어·꽃씨 행상이 늘어서 손님을 끌고있지만 대부분 병약하여 오래살지못하는 생명체이거나 싹이나오지 않는 불량품 씨앗을 팔고있다.
서울은평국민교 3학년2반62명중 62명이 최근 병아리를사서 키웠지만 모두하룻만에 죽었고 한 어린이가 산 병아리만이 2일간 살았다.
1학년 담임 김도포교사(36·여)는 『병아리가 죽었다』며 어린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다고 했다.
두세차례 병아리가 죽는것을 경험한 어린이들은 이때문에 『병아리는 으례 일찍 죽는것』으로 잘못알기 일쑤여서 오히려 자연학습을 그르치고있다.
금붕어도 마찬가지.
서울대치동 안상난씨(29·주부)는 지난달 꼬마등쌀에 금붕어 10마리를 학교앞에서 1천원에 샀으나 그날 저녁에 5마리가 죽었고 다음날 아침까지 모두죽어 꼬마들을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안씨는 행상이 준 중화제를 어항물속에 풀고 시킨대로 먹이를 주었지만 허사였다.
서울 경기국민교 6학년 서경욱군(12)은 『아빠가 사오시는 금붕어는 안죽는데 왜 내가 산것은 하루도 못사느냐』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또 서울장안국민교 4학년 임현주양(10)은 4월초순 학교앞에서 봉선화꽃씨 1봉지를 1백원에사서 심어놓고 물을 주었지만 10일이 넘도록 싹이나오지않아 파해쳐보니 씨앗이 썩어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어린이들을 실망시키는 『자연학습자료』가 판을치는것은 어른들의 장삿속 때문.
병아리의 경우 서울변두리 천호동·사당동·보문동등 부화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행상들이 20∼30명씩 줄을선다.
1인당 1백여마리씩 받아 종이장자에 넣은채 곧바로 학교앞으로가 팔지만 부화한 직후이기때문에 운반도중 벌써 3∼4마리씩 죽는다.
서울종암동 한국애조원주인 박진건씨는 『부화후 1주일이 지나도 병아리가 쉽게 죽지 않는다』며 약삭빠른 상혼을 나무랐다.
서울은평국민교 황용견교장은 『가뜩이나 정서가 결핍되기쉬운 도시어린이들에게 생명의 존업성을 잃게하는 어른들의 상혼이 야속하다』며 당국의 단속을 바랐다. <전채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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