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후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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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티토」대통령의 타계와 더불어 미·소·중공·비동맹권 등 세계의 여러 이해당사국들은 「유고슬라비아」의 향방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발칸」의 비동맹국이던 「유고」의 향배 여하에 따라 지중해의 기존 전략상황은 크게 동요하거나 역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고」가 만약 또 다시 소련의 영향권에 편입된다면 「나토」의 남방변두리인 지중해의 안전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의 대소안전판도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이러한 가상적인 상황은 오늘날 「유고」에 잠재한 내외양면의 각종 갈등요소들을 감안할 때 결코 기우라고만 지나쳐버릴 순 없을 것 같다.
각 공화국 사이의 민족적· 경제적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마케도니아」문제를 둘러싼 「불가리아」와의 영토분쟁, 「코소보」 지방의 주민분포와 관련한 「알바니아」와의 민족문제, 그리고 최근 악화되기 시작한 「인플레」·실업·외채·무역역조 등 경제적 침체가 언제 어느 때 중앙권력의 약화를 틈타 파국을 초래할지 모르는 것이다.
이럴 경우 소련은 「유고」 내부의 잔존 친 소파와 내통하거나 또는 「불가리아」를 「발칸」의 「베트남」으로 내세워 이 지역에 제2의 「아프가니스탄」과 「캄보디아」 사태를 재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일부 관측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유고」의 친 소파는 여러 차례의 숙청으로 거의 제거되기는 했으나 「보스니아」 공화국의 공산당은 아직도 친소성향을 잔존시키고 있다는 관측이고, 서부지방주민들 사이엔 지금도 범「슬라브」주의에 대한 향수와 집념이 끈질기게 남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군장교단 내부에도 소련에 가서 고등 군사교육을 받은 「그룹」이 있어서 이들 역시 잠재적인 친 소파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유고」의 취약점을 간파했음인지 「브레즈네프」는 이미 1976년이래 「티토」 에게 「아드리아」해의 연안항구와 「유고」 내륙에 소련의 지중해 함대와 군용비행기가 기항·착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었다.
이것은 소련지중해 함대가 「보스포러스」항을 거쳐 흑해연안으로 회항하는데 필요한 장기간의 위험 항 행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며, 소련과 중동·북아 간의 최단 비행「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서방동맹으로서는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티토」는 물론 이 요구를 일축했지만 소련이 그 전략적 야심을 포기했다고 낙관하긴 어렵다.
미국의 「카터」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 2월 소련이 만약 「유고」의 중립성을 위협할 경우 미국은 「유고」에 군사원조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었다.
그리고 EC도 「유고」와의 무역증진과 관세장벽인하를 진지하게 고려함으로써 「유고」 의 대소 자위력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중공의 화국봉도 「유고」와의 무역 고를 연간 2억 「달러」로 배증 시키는 등 「발칸」의 반소거점 강화에 한몫 끼어 들고 있다.
이러한 각 국의 동향으로 보아 「티토」 후의 「유고」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지중해· 「발칸」 대책은 이미 서서히 가동 중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며, 열강이 세계평화를 위해 할 수 있고 또 해야할 최대의 임무는「유고」의 내정과 주권 및 군사·외교노선의 독자성과 중립성을 계속 존중하여 「발칸」을 또다시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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