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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의 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너는 학교성적에 자신이 있느냐?』 이렇게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물었더니 『자신 있다』는 게 30%미만이었다는 「유네스코」의 보고서가 연초에 나왔다.
동보고서에 의하면 자신 있다는 미국의 어린이는 93%, 영국이 90%. 일본의 어린이는 한국과 비슷하게 37%밖에 안되었다.
이건 역문 응답의 방식이 틀리기 때문이라 볼 수 도 있다.
곧 우리말로는 『공부 잘한다』가 되지만 영어로는 『I am doing quite well in school』이 된다.
이 영어는 공부를 잘한다는 뜻만이 아니라 『학교생활에 매우 재미를 붙이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만 주입시키는 곳이 아니다. 사고력을 늘려주고 학우들과 잘 어울리는 방법도 가르치는 곳이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전자만이 중요시된다. 그리하여 같은 질문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달라지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공부를 못하면 학교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공부도 골고루 다 잘해야 한다. 학교생활에 자신이 없는 어린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렇지가 않다. 되도록 많은 어린이들이 자신을 갖게 만들어 준다.
몇 해 전부터 미국에서는 「마스터학습법」이라는 게 유행되고 있다. 그것은『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 상식을 부정하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고교생의 3분의1은 낙제반이 된다. 이들은 학교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 나머지 비행을 저지르게 되고 이 때문에 또 교사는 교사대로 가르치는 맛을 잃게 되는 게 보통이었다고.
그러나 『머리가 나쁜 아이는 없고 그저 이해가 늦은 뿐이다.』는 「마스터학습법」은 교사와 아동사이의 신뢰관계마저 회복시켜주고 있다한다.
한국에서는 그렇지가 못하다. 아무리 문장력이 뛰어나도 소용이 없다. 문법이며 고문에 뒤지면 구박둥이가 된다. 또 요새와 같은 입시제도에서는 하기 싫은 화학이며 기술공부도 해야한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을 잃고 더욱 학교생활에 재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오늘부터 교육주간을 맞는다. 보다 더 근본적인 검토를 교육의 당사자들이 진지하게 펴기 전에는 올해도 겉치레의 행사로 끝날 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자의 권위를 높이는 일이다.
영국의 「웨스트민스터」사원부속학교를 「찰즈」2세가 견학 갔을 때의 일이다. 「바스비」교장은 왕을 안내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폐하의 앞을 제가 모자를 쓴 채 걷는 실체를 용서해 주십시오. 생도들에게 저보다 높은 사람이 또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동에게는 교장이 임금보다 더 높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제대로 된다. 여러 가지로 되씹어야할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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