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유럽의 교육제도』 우리들이 배울점 많아|MBC 『퀴즈특급』 시청율위주 "저속"으로 흘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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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TBC-TV는 지난주 해외교육 특집으로 『유럽의 교육제도』를 「다큐멘터리」형식으로 꾸며 방영했다. 독일·「프랑스」·영국등의 학제와 입시제도를 교육현장을 찾아 소개하고 관계책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 나라의 사정을 다채롭게 풀이했다. 그 성실한 노력이 반가왔고 앞으로 「시리즈」로 방영할 예정이라니 기대를 갖게 한다.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테마」로 삼느냐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문제로 다룰 것인지가 분명해야 된다. 대학입시에 따른 여러 폐단은 우리가 당면한 큰 사회문제중의 하나다.
선진국인 그들 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별탈없이 해결해가고 있는데서 우리가 배워야될 요소가 있다고 하겠다.
우리가 겪는 입시에 따른 문제의 원인은 학벌과 학력을 쓸데없이 중시하는 사회풍조이고 그릇된 사회제도에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사회제도의 개혁에서 찾아야한다.
이런 점에서 이 「프로」가 그들 나라의 사 제도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들을 요령있게 소개하고 설명했다면 더욱 돋보였을 것같다.
○…높은 시청율만 유지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아래 꾸며지는 「프로」가 이른바 저속 「프로」가 되기 쉽다. 제한된 시간안에 「굴비」「바지」「지렁이」따위의 단어를 몸동작을 보고 말초감각을 동원하여 많이 맞히면 우승하여 상금으로 10만원과 고급 「앰프」까지 타낼 수 있는 「프로」가 MBC-TV의 『퀴즈특급』이다.
지적문제와는 상관없는 「코미디」성 「프로」에 남녀 대학생을 동원하여 재치를 겨루게 한다. 여대생이 짝으로 나온 남학생에게 『얘』『쟤』하는가 하면 반말보다 못한 저속한 대화가 거리낌없이 통하는 것도 이「프로」다.
5천문제쯤 준비해야 우승하고 연습하기 위해서 한달에 스무날을 함께 지냈다니(2일의 경우) 그들은 어느 겨를에 대학공부를 해낼까.
그 또래의 많은 근로자는 뼈빠지게 일해도 한달에 5만원도 못받는다고 한다. 장난기속에서 문제를 맞히고 운좋게 목으로 20만원 남짓의 값어치를 타가는 「선택받은 인간들」의 작태가 젊은 근로자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교양「프로」에서는 국민총화를 외치면서 계층간의 위화감만 키우고 근로의욕을 잃게 하기 알맞은 「프로」를 「골든·아워」에 자랑스럽게 방송하는데에 상업방송의 양면성이 있다. 하기야 이런류의 「프로」가 어디 MBC-TV에만 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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