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유가정책의 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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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석유정책의 기본은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국내 석유 값을 저렴하게 공급하는데 있다. 최근의 국제 원유사정이 불안하고 그 영향이 그대로 국내유가에 반영되는 우리나라 사정으로는 더욱 이 두 가지가 중요성을 띤다 하겠다.
엄격히 말해 1차「오일·쇼크」를 겪고 지난해의 2차「쇼크」를 당할 때까지도 우리에게는 확고하고 현명한 유정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진정한 유공이 있었다면「배럴」당 12「달러」선이었을 79년 이전에 이미 원유확보와 국내유가에 대한 문제점을 간파하고 준비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지난 1년간 어느 나라보다도 심한「석유몸살」을 겪고 지금까지도 그 와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정부가 종전의 석유정책에서 탈피해 유정의 2대 지주인 원유도입을 민간상사에 문호개방하고 국내유가를 원유가에 연동화하기로 시도하고 있는 것은 고무 할만하다.
세계의 석유사정은 이미 산유국들이 자원민족주의의 깃발아래「저생산 고유가」정책을 지향하고 있다.「이란」이 혁명과정을 통해 78년에 비해 하루 1백50만「배럴」을 감산했고 최근에는「알제리」「리비아」「베네쉘라」「쿠웨이트」가 도합 하루 1백20만「배럴」을 감산 조치했다. 이와 함께 자국에 우호적인 나라에 대해서만 특혜적으로 원유를 주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변화는 곧 원유도입 교섭이 더욱 어려워짐을 뜻한다. 이러한 때에 정부가 독단으로 원유도입 교섭을 맡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며 민간상사에 무역품목 또는 합작개발품목으로 원유를 경쟁적으로 취급케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겠다. 정부 대 정부 교섭의 한계성도 있거니와 산유국들이 바라는 바도 생필품 교역임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일본의 경우 총38개의 국내 석유회사를 비롯, 주요 무역상사들이 각 산유국에 골고루 침투해 들어가 도입원유의 절반을 DD「베이스」로 도입함은 물론 남는 물량을 해외시장에 되팔아 무역으로도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해도 힘든 일을 민간에 맡긴다고 갈 되겠느냐는 의견이 있긴 하나 지금의 우리로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상사도 원유교섭에 적극 참여하여 서로 보완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의 사명중의 하나는 민간상사가 산유국에서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민간기업은 이윤추구가 우선인 까닭에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공정관리를 해야 한다. 비싼 값에 사들여 상사가 폭리를 보고 국민에게 전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국내유가를 원유시세에 연동화하는 방안도 이미 미·일·독·불 등에서 활용, 큰 효과를 보고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지난 한햇 동안 실제 휘발유 값 인상폭은 72%나 됐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12번에 걸쳐 매달 한번씩 소폭으로 올려 시민들은 유가인상의 충격을 전혀 받지 않았다.
「프랑스」도 지난해 1월부터 올1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6차례에 걸쳐 28.8%, 일본도 7차례에 걸쳐 거의 1백%를 올렸으나「쇼크」없이 부드럽게 흡수하는 현명함을 보였다. 우리나라만 59%라는 충격파에 국내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어 물가 폭등·수출 부진·경기 침체·사회불안 등의 부작용을 빚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하려는 입장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유가를 수시 조정한다고 기타물가도 동시에 오르는 부작용이 있어서는 안되고 유가의 부가「실링」이 적 정선을 넘어서도 안된다.
따라서 물가안정의 보완책이 필요하며 적정한 유가책정·정유회사의 이윤 규제 등이 문제된다.
충분하고도 신중한 검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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