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선거 앞두고 진통겪는 미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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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미술협회는 4월12일로 예정된 총회와 이사장선거를 앞두고 커다란 진통을 겪고있다. 한차례(임기3년)만 더해보겠다는 현이사장단(이사장 박서보)에 맞서 『이번만은 새 바람을 일으켜보자』는 움직임이 화단내부에서 끈질기게 일고있는 것이 진통의 내막이다. 현재 박서보씨의 이사장출마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측은 사실주의계열의 원로화가에서부터 젊은 실험작가에 이르는 다양한 군.『범화단적』이라고 이들은 표현하고 있는데 실제로 28일의 모임에는 조각가 동·서양화가등 각 단체대표급들 50여명이 참석하여 「미협정상화추진위원회」를 결성, 분위기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공식적인 모임으로는 두번째가 되는 이날 모임의 참석자들은 한결같이『이 모임은 자연발생적인 것이다.미협이 미술인의 권익옹호를 위해 무슨일을 했는가에 회의를 느껴 모인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이들은 미협이 1년내내 회보는 물론 엽서 한장 띄우지 않으면서도 국제전참가만이 미협의 유일한 임무인양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그 국제전 출품작가도 매번 이사장단 주변의 인물로 선정돼 물의를 일으켰던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올 가을에 열릴 「파리·비엔날레」출품작가도 이미 정해졌으나 『주최측이 35세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40대 작가들이 2명이나 선정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서양화가 K씨는 말한다.
현대미술 이외의 유파는 접근을 불허해 순수 젊은작가를 눈치보게 했고,선배 노화가들을 외면했던 점도 이번 모임이 있게 한 주요한 이유라고 한 참석자는 말한다.
미협이 안고있는 이런 여러 문제점들은 현 집행부가 너무 오랫동안 미협에 관여해 온데서 찾아볼수 있다. 박서보이사장의 경우 반마동-김세중-서세옥씨의 이사장 재임때 6년동안 부이사장을 쭉 맡아왔으며 분과위원장직과 이사장 재임기간을 합치면 10여년을 미협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더우기 이사장단 선거는「러닝·메이트」제도를 도입,마음이 맞는 몇사람이 뭉쳐 미협을 이끌어왔던 것도 미협이 공기로서의 역할을 방해했던 한 요인이다. 『10여년동안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해왔던 전체미술인의 의식구조에도 책임이 있다.이제 정치기피주의와 냉소주의를 지양,우리들의 권리를 찾아야 하겠다』고 지금껏 화단의 싸움에는 무관심해왔다는 젊은학가 0씨는 말한다.
0씨뿐 아니라 그동안 화단의 정치에는 등을 돌리고있던 무관심파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으며 박서보씨의 홍익대 제자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이날의 모임은 각 단체별 모임과 함께 5시간여나 걸린 「마라톤」회의. 각 단체가 연합전선으로 나간다는데 기본적인 합의를 했으며 이날 참석한 25개 단체의 대표들로 「미협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23일의 1차모임에는 10여개 단체가 모였으나 2차모임에서는 25개로 늘어난 추세로 보아 앞으로 더 많은 단체가 여기에 합세할 전망이다.이날 단체대표들은 자체내의 혼란을 막기위해 조각가 김영중씨를 이사장 단일후보로 내세올 것을 결정했다.
한편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미협 이사장단 측근의 화가들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박서보씨는 『이사장에 출마할 의사는 원래 없었지만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 그만 둘수는 없다.혼란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것이 주변의 의견이며 말하자면 나는 과도관리를 맡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고 자신의 출마이유를 말한다.박씨는 미협정상화추진위원회의 모임을 학단일부의 움직임이라고 일축하며 이번 선거에 승산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박씨가 우리나라 현대미술발전에 끼쳤던 영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미협에 너무 오랫동안 깊게 관여해왔다는 점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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