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총리회담 6월게 열릴 가능성|4차 실무접촉서「장소문제」타결로 "한 걸음 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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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북한 총리회담은 첫번째 고비인 장소문제가 18일 제4차 실무접촉에서 타결됨으로써 실현을 향해 한걸음 다가섰다.
지난 2월6일 첫 실무 접촉 이후 4차례에 걸쳐 총10시간22분간의「마라톤」회담 끝에 고작 장소와 수행원·지엽적인 절차문제만 합의하고 가장 중요한 관문인 의제문제를 남겨두고 있어 총리회담의 실현은 앞으로 3, 4차례의 실무접촉을 더 거친 다음 6월쯤 열릴 공산이 크다.
의제문제는 총리회담의 성격을 규정짓는 만큼 통일접근방식에 대한 양측의 서로 다른 입장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선 평화 정착, 후 통일」의 통일접근방식을 바탕으로 ▲남북간 상호신뢰 조성 문제 ▲한반도의 평화 정착 문제 ▲조국의 평화통일 문제 등 3개항을 의제로 제시했다.
이는 통일의 여러 조건이 성숙될 때까지 남북한은 서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제반 교류와 협력을 실시하여 평화공존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통일협상의 기본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측은『북과 남이 각 분야에 걸쳐 합작하고 단결하여 조국의 평화통일을 촉진시킬 때에 대하여』라는「총론」만을 들고 나왔다.
이른바「자주적 평화통일」은 지난 1월12일 북한 정무원 총리 이종옥이 신현확 총리에게 보낸 편지내용에도 들어있듯이 그들의 일관된 통일 접근방식이다.
김일성도『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미제」가 남조선에서 나가도록 하며 그밖의 다른 나라 세력이 우리나라의 통일문제를 간섭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줄곧 주장했듯이 이른바「자주원칙」은 미군 철수를 의미한다.
이처럼 북한측의 제의 항간에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현 정부를 타도한 뒤 연공정권을 수립하여 적화통일을 이룩한다는 저의가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북한측이 즐겨쓰는「합작」이란 용어는『협력을 위한 정치적 조건을 성숙시킨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이같은 의제로 총리회담을 진행시켰을 때 정당 및 사회단체들간의 이른바 정치협상, 미군 철수 문제, 반공법 폐지 문제 등을 들고 나와「정치선전」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바라는 남북한 상호승인과 당국자간 회담을 추진하는「제스처」를 쓰면서 10·26사태 이후의 정치발전과정을 틈타 혼란을 획책하고 국제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저의가 엿보인다.
회담장 외적인 변화에 적응하면서 협상기술을 최대한 발휘하여 그들이 쳐놓은 덫을 피하는데는 국민들의 인내와 성원이 요구되는 것 같다. <김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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