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의 기능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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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 조치법이 실시된 지난 9년간 노동청 또는 시·도가 직권 조정해오던 노동쟁의를 앞으로는 노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키로 했다고 한다.
비상정태 하의 단체교섭권 또는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주무관청의 사전 조정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보위법 9조에 따라 유명무실했던 노동위원회의 기능이 노동청의 이 새로운 방침에 따라 부활될 길이 열린 셈이다.
비상사태선언과 보위법이 유지되는 한 노동위원화의 제도적인 기능회복은 어렵지만 행정적으로나마 노동 위원회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당국의 노사문제 접근에 있어 진일보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노동위원회는 노·사·공익 대표 등 3자로 구성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행정관청의 일방적인 조정이 아니라 노사 쌍방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화를 추구하는 시대적 요청이다, 내외 경제 여건의 악화로 노사의 단합된 자세가 어느 때 보다도 요구되는 경제 현실로 보아 노동청의 새 조치는 평가할 만 하다.
새 조치가 행정적인 노동위원회의 기능 회복인 만큼 이것이 유효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노동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우선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노동청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 법적으로 준수의무도 없고 오히려 권한은 노동청 소관이지만, 위원회의 결정내용이 마음에 맞을 때만 시행하고, 맞지 않을 때는 독자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모처럼 좋은 조치의 의미는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새 헌법이 확정되고 그에 따라 이 분야에 관한 제도와 법률이 정비되기까지의 과도적인 기간동안은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노동청이 준수함으로써 현행 노동위원회 법이나 노동 쟁의 조정법의 정신을 살려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노동위원회는 기능 지상화에 대비하여 이미 단체교섭 조정 예규도 만들었다는데 그 내용은 위원회의 심의기문을 20일간으로 하여 10일간은 노·사·공사대표 3시간의 합의 조정기간으로 하고, 조정이 안될 경우, 나머지 10일간 내용을 조사·심의하여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예규에 따라 노동위원회가 쟁의내용을 조사·심의하는데 있어서도 노동청의 협조가 필요하다. 관계서류의 제공이나 당사자의 출석 등 심의를 원만히 진행하기 위한 협조에도 노동청은 인색하지 말아야겠다.
이번 조치는 노사 쌍방을 조정에 참여케 함으로써 오랫동안 계속돼온 노사 문제의 관주도형 해결방식을 탈피하고 노사간의 상호 이해 속에 해결을 모색하는 민주 방식의 접근이라는데 참 뜻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 뜻을 살리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의 실을 거두어야 함 것이다.
쟁의의 해결은 알선·조정·중재 등 3가지 절차로 나누어진다. 쟁의 신고 받은 행정관청은 즉각 일선 공무원을 보내 분쟁 해결을 알선하는 것이 첫 단계요, 알선이 되지 않을 때 노동위원회(지금까지는 노동청 또는 시·도)가 조정에 나서는 것이다.
중재란 당사자로부터 신청이 있거나 공익 사업인 경우 노동위원회가 해결방안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 경우위원회가 내린 중재재정은 강제력을 가진다.
지금까지는 노동청 또는 시·도가 직권조정으로 분쟁을 마무리 지었지만 앞으로는 재의 조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와 같은 쟁의해결 절차도 최대한 살려나가는 것이 좋을 것으로 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사 문제는 기업체 내부에서 자체 해결되는 것이 최고이다. 노사 당사자간에 상구이해와 존중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지 이를 외부에 호소하는 단계에까지 가는 것 자체가 이미 정태의 악화를 말해주는 것이다.
노사문제에 관한 제도가 아무리 진선진미 하다 하더라도 당사자간의 원만한 해결 이상의 해답을 제시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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