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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버스 내의 10대 강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금의 범죄경향이 갈수록 연소화·흉포화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고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라고 하지만 안양의 시내 버스에서 일어난 10대 강도사건은 아무래도 충격적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이 10대 강도는 10여명의 승객이 타고있는 대낮의 시내 버스 속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탄 여자승객을 칼로 위협, 현금 8만여원이 든 핸드백을 털어 달아났다는 것이다.
더우기 이 강도는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자 웃으면서 하차, 유유히 사라졌다고 하니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대담한 범죄행각에 아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버스나 열차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날치기·소매치기 등 각종 범죄의 무대가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승객이 모르게 감쪽같이 소매치기를 하는 것은 보통이고 뻔히 알고 있는데도 칼 같은 흉기로 위협해서 금품을 빼앗아 가는 사건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보고 들어왔다.
가히 눈감으면 코 베어먹는 세상은커녕 눈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이란 말이 실감나게 들릴 지경이 된 것이다.
야간열차 속에서 자주 일어나는 마취강도나 부녀자의 등에 칼을 들이대고 귀금속으로된 목걸이나 귀걸이 등을 강탈하는 일도 그렇거니와 얼마전에는 달리는 고속버스의 기사를 협박해서 돈을 빼앗으려다 한 승객의 기지로 범인을 잡은 사건까지 있었다.
이렇게 보면 안양에서 일어난 시내 버스 내의 강도사건도 그런 범주의 사건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낮의 시내 버스에서 벌어진 이 대담한 범행을 저지른 자가 10대 손녀일고 그것도 단독으로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범연히 보아 넘길 수가 없다.
요즘 살인·강도 등 강력 사건을 저지르는 10대들이 점차 늘어나고 수법도 성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올들어 하루에도 7∼8건씩 발생하는 강력사건 중 10대 범행이 5∼6건씩이나 되고 있는데 이들 10대들은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않는 가운데 장소·시문·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즉흥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데서 문제는 한결 심각해지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뚜렷한 동기나 명백한 원인이 없이 우연히 저질러지는 것이 전체 10대 범죄의 71%나 뇐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동기를 갖고 저지른 비행이라야 고작 유흥비나 용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15%로 가장 많다는 것이다.
안양 시내 버스 강도사건의 경우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으니 범행동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즉흥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뚜렷한 동기가 없는 비행이 많다는 것은 사회나 주변성인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10대 범죄의 상당수를 미리 막을 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을 범죄와 탈선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는 사회환경의 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우선 가정에서부터 이들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과 사춘기청소년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10대들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의식을 바로잡아 구는 학교나 가정에서의 충실한 도의교육과 함께 어른위주의 사회에서 청소년들도 끼어들 광장이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도 힘써야만 10대 범죄는 줄어 볼 것이라는 점을 모든 성인들은 재삼 되새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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