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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보장과 기구독립이 이번 개헌에서 제도적으로 보강돼야 한다는 요청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 및 수사, 공안유지 등 경찰본연의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경찰이 정치로부터 독립하여 중립성을 유지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건국 후 여태껏 실현되지 못한 채 경찰의 숙원으로만 남아온 셈이다.
이제 민주화의 시대조류를 타고 경찰 스스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평가 할 만한 일이며, 오랫동안 경찰중립화를 주장했으면서도 개헌시안에 이를 빠뜨린 신민당에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경찰이 내무부보조기구로 있어서는 중립성보장이나 독립은 기대할 수 없다. 우선 정치적으로 임면 되는 내무부장관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찰직무에 정치성이 개입될 소지가 많을 뿐더러 특히 내무부가 선거주무부라는 점에서 경찰이 선거에까지 음성적으로 관여한 많은 사례를 우리는 경험한바 있다.
또 일부의 보조기구라는 성격 때문에 행정부의 다른 부처소관에 대한 수사권발동도 사실상 제약받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경찰기구의 독립 없이 경찰중립화는 이룩하기 어렵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새 헌법에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범죄수사의 공정성을 보장할 공안위원회를 설치하고 현재의 치안본부를 내무부에서 떼어 경찰청으로 독립시키는 것이 좋겠다.
공안위원회는 물론 대통령직속으로 두어야겠지만 그 위원장의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거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며, 공안위원의 임기도 헌법으로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같은 제도적 보장이 있어야 경찰이 정치바람에 휩쓸리거나 과거처럼 선거 관여로 인한 오명을 쓰지 않고 민주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민주화의 폭이 넓어지고 정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찰을 비롯한 관료의 정치적 중립성과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나 각 정당들도 이런 점을 유의하여 이번 개헌에 반드시 경찰기구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찰중립성 보장과 함께 제기되고있는 수사권의 독립문제는 성격이 다소 다른 감이 있다.
현재와 같이 검사의 지휘·감독을 받음이 없는 독자적인 수사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반드시 옳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원래 경찰수사를 검사가 지휘·감독케 한데는 인권보호적인 취지가 있고 아울러 소추권과 수사권은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같은 목적을 갖는 것인 만큼 불가피하게 상호 일체화하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또 현재의 경찰인력의 배급별·학력별 구성을 보더라도 경찰수사권의 독립은 시기상조인 감이 없지 않다. 외국 예를 보면 영·미 등에서는 양자의 제도적 분리가 채택되고 있지만 불·독 등 대륙법체계를 가진 나라에서는 검·경간의 상명하복 관계가 오히려 엄격한 편이며 영·미 등에서도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검사감독이 허용되는 경향이다.
양자를 분리시킨 일본에서도 경찰의 피의자구속기간은 48시간에 불과하며, 사실상 검·경의 상명하복관계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개헌에서는 공안위원회와 경찰청의 설치로 경찰기구를 독립시키면서 그 정치적 중립을 명문으로 보장하고 수사권의 독립문제는 경찰수준의 발전단계에 따라 신중히 논의함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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