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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30대 버스 출발…1500명씩 '도박의 늪'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한인 노인들 생활보조금을 밑천으로 게임
재산 다 잃고 친구들도 외면…자살 시도도

18일 오전 8시. LA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바드. 대형 관광 버스들이 줄줄이 정차돼 있다.

손님들을 카지노까지 태워 주는 '도박 버스'들이다. 이들 버스는 팔라, 모롱고, 샌 마누엘, 페창가 등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출발한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면 영락없이 도박 버스들이 몰려든다.

타운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하루에 30여대. 한대당 정원이 50명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많게는 1500명 가까이 카지노를 찾고 있는 셈이다.

카지노측에서는 도박 버스 이용객들에게 30달러 상당의 슬롯 머신이나 테이블 머니 쿠폰 등을 제공해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도박의 유혹에 빠져 생활비까지 날리는 노인들도 허다하다.

이 모(72.LA한인타운) 할아버지도 도박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정기적으로 도박버스를 탄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우연히 친구 소개로 도박 버스를 한 번 탔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버스를 타고 카지노로 간다. 집에 온 뒤에도 다음에 카지노 갈 생각을 하면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에도 도박버스는 나같은 한인 노인들로 가득하다"며 "대부분 자식들한테 받는 용돈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받는 생활 보조금을 밑천으로 게임을 하는데, 돈 따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인들에게 생활보조금(SSI)이 지급되는 매달 1일은 이른바 '도박 데이'가 됐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매달 노인들에게 적게는 수백달러에서 많게는 1000달러 이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생활보조금이 도박 판돈인 셈"이라며 "돈을 다 잃으신 분들을 보면 가슴 아프지만 이분들이 끊을 생각은 안 하고 그 다음 달이면 어김없이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보자 한 명도 "카지노 버스를 자주 이용할 경우, 도박에 빠져 한인타운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지 않고, 밤새 도박을 즐기는 한인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타운에 노인들을 위한 여가시설이 없는 것도 노인들의 도박중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인중독증회복선교센터의 이해왕 대표는 "어르신들이 도박으로 재산을 다 날리고 창피해서 자살로 가는 케이스도 있다. 가정파탄뿐 아니라 나중에는 친구들도 모두 떠난다"면서 "가족들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예방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이 취미를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도박중독에 빠진 어르신들을 위해 노인회나 한인회 등에서 중독자 치료 강연회나 세미나를 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도박중독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나 행위치료(behavior therapy)를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문의: (909) 802-4588 한인중독증회복선교센터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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