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대결은 당내 「에너지」 소모|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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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씨
김대중씨는 『정부는 지난번 복권조치가 대단히 미흡한 것이라는 여론을 존중해 전원석방과 전원 복권을 시켜야 한다』고 후속 조치를 요망했다.
많은 사람들이 차기 대통령선거에 김씨가 나서리라고 짐작하고 있는데 대해 『어떤 자리를 목표로 무엇이 되느냐 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겉으로는 대통령이라는 직에 미련이 없는 듯한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복권 전에 김씨는 『국민의 뜻에 따른 헌법이 마련되고 어쩌다 기회가 오면 대통령도 한번 나서볼 생각이나 독재에 편들면서까지 대통령을 해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민당이 대통령후보를 어떻게 결정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중요한 시기에 당내 「에너지」를 나라발전을 위해 쓰지 않고 안에서 소모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표 대결에 따른 당력 소모를 우려하고 『신민당이 국민의 여론을 충실히 반영해 그 결과가 나를 운동원이 되라면 될 것이고 대통령에 나서라면 나서겠다』고 말해 추대 쪽을 원했다. 김씨는 『정치를 할 곳이 신민당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신민당 당원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지 앉는다.
전당대회에서의 표 대결문제에 대해 『표 대결을 하면서까지 꼭 난리를 치러야 할 것인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선거가 빨라야 내년 초가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재야와 상의해 상식적인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김종필 공화당총재 김영삼 신민당총재와 함께 세 김씨가 한자리에서 민주화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문제를 논의할 용의를 물은 데 대해 김씨는 『김영삼 총재와는 지금까지 자주 만나 왔고 앞으로도 만나 모든 문제를 협의할 것이나 김종필 공화당총재와는 현재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하고 『어떤 모임이든 그것이 민주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지 만날 수 있다』며 폭넓은 대화를 시도할 뜻을 밝혔다.
그는 「유신」이 불가피 했었다는 김종필 총재의 발언에 대해 『다 기득권을 수호하자는 것이다』라고 비판하고 민주주의의 돌파구를 확보하려는 세력과 이를 방해하는 세력이 대결하는 것이라고 현실을 분석했다.
개헌문제에 관해 김씨는 『정부의 속셈은 다른 모양인데 국민에게 맞고 국민이 원하는 헌법을 만들어야 국민이 잘 지킨다』며 『국민이 원하는 헌법은 대통령중심제를 하라는 것인데 정부에서 이원집정제니 문선이니 하는 어처구니없는 말들이 나온다』고 경계했다.
내각책임제에 관해 군령권과 군정권이 붕괴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지적을 했으며 대통령후보의 선거운동 제한 설에 대해서도 어부성설 이라고 일축했다.
김씨는 국민투표·양대 선거 실시시기와 관련, 『헌법이 어떻게 개정될지, 선거를 제대로 치를지, 공명한 선거법이 만들어질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선거가 빨라야 내년 초가 아니겠느냐』며 구체적인 시기를 제시하지 않았다.
김씨는 『현 시국은 여러 가지로 불투명하나 길게 보아서 80년대에는 이 땅에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제퍼슨」의 말을 인용했다.
『과도정부는 임시 집을 지키고 있는데 불과하다』고 현 정부의 성격을 규정한 김씨는 『과도정부는 선거관리 정부로의 소임으로 만족해야 한다』며 꼬집었다.
김씨는 과도정부 참여자들의 자세에 대해 『대통령에 나서려면 일단 밖으로 나왔다가 집주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다른 사람들과 「페어·플레이」를 해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빨리 개헌을 끝내어 새 정부에 정권 이양을 하라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과거의 정권은 타도의 대상이었지만 과도정부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방법보다 국민의 여론으로 잘못을 지정해야할 것이라고 온건론을 폈다.
유신참여를 거부하고 7년 동안 재야에서 싸워온 경력을 나타내듯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국 악의 편이다』라는 좌우명을 가진 김씨는 방문객에게 나누어주는 기념「불펜」에까지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글을 새겨 자신의 소신을 전달하고 있다.
金씨는 『정치인은 민중보다 딱 반걸음만 앞서 손잡고 나가야한다』 『국민에게 아첨을 해도, 거리가 너무 멀어도 안 된다』고 정치인과 국민간의 자세를 피력했다.
『정치는 이상과 현실이 조화되고 특히 앞으로는 도덕정치에 관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말하는 김씨는 『정치인은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함과 동시에 정책건의 등을 취사선택할 수 있게 공부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국민은 충분히 민주주의 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한 김씨는「10·26」사태이후 국민이 보여준 책임 있는 자세를 보고 든든히 생각했다고 말했다.
金씨는 『민주주의는 여론정치이며 이 여론정치를 성공시키려면 국민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표명을 해야한다』며 『10명중 1명의 입은 강제로 막을 수 있지만 10명의 입을 다 막을 수 없고 따라서 집권자가 후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국민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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