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아침햇살처럼 "새 출발"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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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복권은 봄바람처럼 훈훈한 소식이다. 어떤 일에 대해 반갑고 안 반갑고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소 다를 수도 있겠으나 이번 소식은 얼었던 대지를 녹이는 것이어서 누구에게나 같은 감촉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 자유민주주의의 씨앗을 이 땅에 뿌리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 자유민주주의는 국민적 화해의 바탕이 전제되어야하고 복권 없이 마음과 마음이 합쳐갈 수 없다는 것은 두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복권은 역사의 필연이라 할 수 있다.
복권 없이 마음 합치지 못해
복권을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인권의 회복이다. 천부의 인권을 누가 빼앗고 줄 수 있는 가를 이 기회에 한번 생각해 봐야 하겠다.
인권은 누가 빼앗을 것도, 빼앗길 것도 못되고 되찾을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에는 인권이 있는 줄 아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런 사람에게는 인권을 상실한다거나 회복한다는 것이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권의 귀중함을 알고 세계문명에 기여할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겐 인권회복이 얼마나 귀중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람은 애당초 인권을 갖고 태어나지만 인권의 소중함은 빼앗긴 다음에야 누구나 절실히 느낄 것이다.
마치 건강이 얼마나 복이라는 것을 모르다가 병이 나봐야 비로소 그 귀중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번에 복권된 사람들은 인권을 잃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상상도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복권에 즈음해서 또 하나 생각하는 것은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에서 과정을 담당한 사람이나 민주화의 기수가 되겠다는 사람, 민권운동을 하는 투사, 농사짓는 저 농민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아끼지 않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령 공장에서 묵묵히 일만 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자. 말로 「애국」을 자랑하지 않고 혹은 그가 하는 일의 성과가 나라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저울질하지 않겠지만 그는 남을 미워하지도 않고 이른바 「사회혼란」과는 멀리 떨어져있다.
나라가 필요한일에 기여를
인간공해·사회공해와 상관없는 영역에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제일가는 애국자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나라에 유익한 일꾼이다. 정치인의 포부는 이런 사람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는 우선 여러 정당으로 갈려 치세경륜이 다를 수 있고 혹은 다른 세력과 대립이 불가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보면 정치인들의 시야가 넓어야 할 것 같다.
어떤 틀에 몸을 맞춰놓고 보면 그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이단시할 것이고 앞만 보면 옆의 일을 간과할 것이다. 전후좌우를 보는 여유와 아량을 가져야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전진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복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분들의 시계가 투명하기를 바란다. 안개 없는 아침 햇살처럼….
교육은 인권을 일구는 주요 수단이다.
인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다. 그러나 교육에 못지 않게 인격을 형성시키는 곳은 가정이다.
과거 우리풍습은 어린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부모의 명령에 따르도록 했고 이를 거역하면 벌을 주어 왔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인권이 무엇인지 깨닫기 어려울 것이다.
인권은 가정에서 시작되어 사회에서 실천이 되고 정치적으로 보장되어야만 올바른 인식과 행사가 이뤄질 것이다.
기본권 보장 없인 발전 없어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 「제임즈·스튜어트·밀」의 저서『자유론』을 중국의 근대학자인 엄복은 『권계론』이라고 번역했는데 이는 퍽 의미가 있는 해석 같다.
「권계」의 뜻은 두말할 것도 없이 권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 한계는 다른 사람의 권리에 의해 제한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의 권리는 다른 사람의 권리에 의해 제한을 받으며 그 제한된 권리가 행사될 때 진정한 인권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과 후진국의 개념규정을 하는데 있어 경제발전·생활수준·문화적 차이 등을 갖고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행사되는가 아닌가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무한히 발전할 수 있고 잘 발전하면 성자가 될 수 있지만 잘못 발전하면 악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최고가치를 구현키 위해서는 인권이 있어야 하고 따라서 인권은 신성한 것이라 할 것이다.
복권조치를 맞아 우리는 지난 날에 대해 다같이 한번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정부도 국민도 인권 존중해야
실권의 경우가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특수법규에 의해 상실된 것은 사실이며 오랜 기간을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같이 느끼고 슬퍼해 왔던 것이다.
복권은 단순히 법규 그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피동적으로 회복됐다기보다는 본래부터 갖고 있던 인격이 법률에 의해 제약을 받아 오다가 이제 다시 찾게 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본래부터 소유했던 것을 타의에 의해 그 행사를 제약받아 오다가 원상으로 돌아온 것이기 때문에 이제야 말로 복권인사들이 고유의 인권을 행사하여 민주주의 창달에 기여할 것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예견되는 정치발전과 비례하여 국민 각자가 저마다 귀중한 인권을 소유하고 이를 올바르게 행사함으로써 국민적 책임을 다해야 하겠지만 정부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신성시하는 근대적 의미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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