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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은 처음 왼손을 들어줬다, 위어 '그린재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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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만 해도 골퍼에게 왼손잡이는 천형(天刑)이나 다름없었다. 몸에 맞는 클럽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체계적인 레슨을 해주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열세살 소년은 고민 끝에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잭 니클로스(63)에게 편지를 썼다.

"골프를 잘하려면 지금이라도 오른손잡이로 바꾸는 게 나을까요?"

니클로스는 이렇게 답장을 써 보냈다.

"왼손이냐, 오른손이냐는 중요하지 않단다. 네가 편하다고 느끼느냐가 중요한 거지. 스윙은 자연스러워야 하거든. "

겨울에는 아이스하키를, 여름에는 골프를 즐기던 왼손잡이 소년은 그 말을 믿고 더이상 방황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꼭 20년이 지난 2003년, 그 소년은 쟁쟁한 오른손잡이 선수들을 물리치고 세계 골프의 정상에 섰다.


마이크 위어(33.캐나다)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6천6백34m)에서 끝난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린 매티스(미국)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위어는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경기를 펼쳐 합계 7언더파 2백81타로 매티스와 동타를 이룬 뒤 10번홀(파4)에서 벌어진 연장 첫번째 경기에서 승리해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신(神)만이 우승자를 안다'는 마스터스에서 왼손잡이 선수가 우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위어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 2월 밥 호프 클래식과 닛산 오픈에 이어 올시즌 3승을 거뒀다. 또 우승상금 1백8만달러를 받아 타이거 우즈(미국)를 제치고 시즌 상금랭킹 1위(3백28만달러)로 뛰어올랐다.

테니스는 오른손으로 친다는 위어는 "그동안 우즈가 어떻게 우승하는지 눈여겨 봤다. 18번홀에서 1.8m 거리의 파퍼트를 성공한 것이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에 첫 출전한 최경주(33.슈페리어)는 합계 2오버파 2백90타로 공동 15위에 오르는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최경주는 4라운드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로 만회를 노렸지만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기록해 타수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드라이버샷 평균거리가 2백91야드(약 2백60m)를 넘었지만 고비 때마다 퍼트가 빗나간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최경주는 상금 9만3천달러(약 1억2천만원)와 함께 공동 16위 안에 드는 선수에게 부여하는 내년도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냈다. 3라운드에서 선두에게 4타 뒤진 공동 5위에 올라 막판 역전이 기대되던 우즈는 3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고전한 끝에 3오버파를 쳐 최경주와 함께 공동 15위에 랭크됐다.

오거스타=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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