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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의 외로움을 새벽운동으로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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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사직동 사직공원의 겨울 새벽.,「트레이닝」을 입은 60∼70대 노인들이 영하의 찬 공기속에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배드민턴·래킷」을 휘두른다.
젊은이들처럼 힘차진 않지만 힘껏 휘두른 「래킷」에 하얀 「셔틀·콕」(공)이 「네트」너머로 꽂힌다.
사직「배드민턴·클럽」은 정년 퇴직한 10여명의 전직공무원과 회사원을 포함, 동네주민 35명의 건강관리 모임이다.
이 「클럽」의 최연장자인 이해원씨(75·서울내자동206)는 10년을 하루같이 사직공원에서 「배드민턴」으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새벽5시에 일어나 공원까지 2km 남짓한 거리를 뜀박질과 빠른 걸음으로 「조깅」을 즐긴다. 뜀박질 끝에 1시간 남짓「래킷」을 휘두르면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젖고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운동이 끝나면 이씨는 젊은 회원들과 함께 들고나온 보온병에서 보리차를 따라 나눠 마신다.
이씨는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 현대감각을 배우고 정신적인 늙음을 막는다. 정년으로 공무원자리에서 물러난지도 15년. 이씨는 『적당한 운동과 할 일을 스스로 찾는 부지런함, 괴로운 일을 빨리 잊는 망각의 지혜』를 생활신조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
이 「클럽」이 만들어진 후 13년동안 새벽운동을 해온 유석영씨(68·초대회장·서울송월동64)는 『갑자기 늙는다는 허탈감이 들어 「배드민턴」을 시작했다』면서 『사업을 그만 둔 뒤 담석증을 얻었으나 운동으로 완쾌됐다』고 했다.
유씨는「배드민턴」이 돈도 적게 들고 운동에 무리가 없는데다 정신집중이 잘돼 노년층에 좋은 운동이라고 권장했다. 정년 퇴직자들에게 건강문제가 자각되는 때는 정년퇴임후 3∼5년 사이.
일정한 수입원이 없어진데다가 불규칙한 생활태도, 정년으로 인한「스트레스」가 자기상실을 더해 당뇨병·고혈압·심장병과 같은 성인병 증세가 나타난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소장박재간)가 노인학교 학생2백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한 노인들중 65∼75세층(6.l%) 보다 정년퇴임 직후인 60∼64세층(17%)이 11%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노년층의 건강과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는 남녀 평균수명의 차로도 뒷받침된다.
남녀의 평균 수명 차는 65∼70년의 3세(남59.5세, 여62.5세)에서 80년에는 4.8세(남 67.77세, 여72.5세)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는 남자들이 산업화 사회속에서 정년퇴직이라는 좌절감을 겪게되는데 반해 여자들은 생활환경의 변화가 없기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성인교육회장 하두철박사는 『노년층 스스로가 자신이 만년청년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정년퇴임에 대비한 마음가짐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적당한 운동과 일거리를 찾는 자세가 늙지않는 비결이라고했다. <엄주혁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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