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이륙 직후 무리한 급상승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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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광주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5명의 합동분향소가 춘천시 효장례식장에 마련됐다. 18일 동료 소방관들이 순직자들의 영정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 광주광역시에서 추락한 강원소방본부 소속 소방헬기는 이륙 직후 고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고도 급상승이 사고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제를 담당한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비가 내리는 등 기상 악화로 시계(視界) 비행 대신 계기 비행을 선택했다. 계기 비행은 계기판에만 의존해 조종하는 것이다. 계기 비행을 하려면 장애물 등을 피하기 위해 높은 고도를 유지해야 한다. 추락한 헬기는 이날 7000피트(2134m)에서 운항하겠다고 관제탑에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군 당국은 18일 “이륙 직후 관제사가 ‘고도를 7000피트로 높여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며 “헬기가 이륙 3분여 만에 3600피트(1097m)까지 상승한 뒤 갑자기 하강하면서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륙 순간부터 추락까지는 4분 걸렸다. 군 당국은 “내부 규정상 구체적인 교신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헬기가 왜 짧은 시간에 급상승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통상 헬기의 안전 상승 속도는 분당 500피트다. 사고 헬기는 분당 1000피트 이상 올라갔다. 구미대 최쌍용(헬기정비과) 교수는 “고도 상승 과정에서 통제가 안 된 게 이상하다”며 “무리한 급상승으로 엔진 등 기체결함이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헬기 조종사는 “기상이 나쁜 상태에서 분당 1000피트 이상 고도를 높이는 것은 초행길에 나선 차량이 어두운 밤길에서 급가속을 하는 것처럼 위험하다”며 “고도를 서서히 올리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면 관제 잘못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신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서대 최연철(헬기조종학과) 교수는 “블랙박스 분석 전까지 사고 원인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가 교신기록뿐인 만큼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교신기록을 공개해 답답함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블랙박스를 프랑스에 보내 복구하기로 했다. 사고 당시 화재로 회로판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사고 헬기는 프랑스 유로콥터가 제작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는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희생된 소방관 5명에 대한 영결식은 21일 엄수된다. 분향소는 강원도청과 춘천시 효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최경호·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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