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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끼' 당신 TV서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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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 시청자들의 끼와 재능을 브라운관에 접목하려는 방송사들의 '러브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른바 '오디션' 프로그램의 확대다. 늘 보는 연예인들의 그렇고 그런 신변잡기 늘어놓기가 지겨워진 시청자들, 단순한 수용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시청자들, 자신의 재주를 널리 알려 화려한 '신데렐라'가 되어 보겠다는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끌어들이기에 오디션 프로그램은 제 격이다.

일반인 대상 오디션을 통해 연예계에 입문, 최근 주가를 올리는 스타들. 사진 왼쪽부터 이혁재·조정린·서남용씨.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앞둔 KBS는 지난 1일 파일럿 프로그램(시청자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만든 시험용 프로그램)으로 'TV오디션 도전 60초'를 방영했다.

11살 짜리 초등학생의 마술쇼에서 연예인 종합 성대모사, 줄넘기의 달인, 비어있는 대형 생수통을 입으로 홀쭉하게 빨아들이는 괴력, 화려한 탭댄스까지 아마추어들의 다양한 재주가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권영태 PD는 "반응이 좋아 정기 편성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케이블위성 음악채널인 m.net는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해 '오디션 대작전'을 신설,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방송할 예정이다. 인기 밴드 '피플크루'와 '파이브'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거리나 학교를 방문, 가수 지망생들의 실력을 생생하게 전하는 기획이다.

역시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인 '채널V코리아'가 얼마전 시작한 '워너 비 스타(Wanna Be Star)' 역시 인기다. 1,2,3차 오디션을 통과한 다섯 명의 참가자 중 주(週)장원을 선발하고 다시 월장원, 기장원을 거쳐 연말 최종결선 최우수자에게 음반 제작과 가수 데뷔라는 특전을 제공한다.

항상 아이디어 기근에 시달리는 코미디의 경우 이미 일반인들에게 문호를 열었다. 위성채널인 KBS 코리아의 '한반도 유머 총집합'(목 밤 10시)과 KBS-2TV의 심야 코미디 '폭소클럽'(금 밤 12시20분)이 대표적인 사례.

한국 코미디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웅래PD가 다양한 코미디 실험을 진행중인 '한반도 유머 총집합'은 지난해 7월 녹화장소를 스튜디오에서 대학로의 한 무대로 옮겨 일반인이 참여하는 '펀 스테이지(Fun Stage)'코너를 신설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매주 수요일 저녁 6시면 KBS 신관 1층 희극인실에서는 이 코너 출연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공개 오디션이 열린다. 지난 2일 저녁 이곳에서는 전국에서 온 20여명이 저마다 웃음보따리를 펼쳐 보였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 속에서 잠재력을 찾아내는 것은 김PD의 몫이다.

"여기서는 혼자서 다 하지 말고 두 명이 하는 게 낫겠네."

"이건 3분만 해야하는데 30분을 하면 어떡하나."

"어, 또 왔네. 그때 해 보겠다던 콩트는 어떻게 됐지?"

오디션이라기 보다 아이디어 회의 수준이다. 소중한 코미디의 싹을 어떻게든 키워 보려는 김PD의 배려다. '펀 스테이지'에서 우수상을 세 번 받으면 자신의 이름을 단 코너를 진행할 수 있다.

"매주 20-30명의 일반인들이 오디션에 참가하고 있다"는 김PD는 "6년째 운영중인 코미디 동호회(www.comedybank.com) 회원이 3천명이 넘을 정도로 코미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늘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이 발굴한 스타가 요즘 '폭소클럽'에서 사물 흉내내기 개그로 주목받는 서남용이다. 그는 지난 3일 발표된 KBS 제18기 개그맨 공채에도 당당히 선발됐다.선발된 10명 중 5명이 '펀 스테이지'출신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인턴십 프로그램'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일반인이 스타로 등극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자랑 수준의 오디션을 통과한 그때부터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진다. 부단한 자기계발과 노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곳이 이 바닥이다.

얼마전 SBS '야인시대'의 김무옥으로 탤런트 데뷔에도 성공했던 개그맨 이혁재. 대학시절 KBS2TV '캠퍼스 영상가요'에서 엉터리 차력사 흉내로 주목받았던 그는 그 뒤 탱고학원을 다니면서 춤솜씨를 익혔다. 춤을 통한 개그를 보여주겠다는 각오에서였다.

MBC 설날특집행사 '팔도 모창 가수왕'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조정린은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김하늘.전도연.최지우 등의 성대모사를 통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

결국 자신의 잠재력을 얼마나 개발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제2의 이혁재, 조정린을 꿈꾸며 많은 시청자들이 지금도 스타의 꿈을 안고 연예계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글=정형모,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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