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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줄어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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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려수도를 비롯한 서·남해안을 수놓은 그림같은 섬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전국 3천4백44개의 섬가운데 56%를 차지해온 전남의 경우 74년까지만해도 1천9백26개 (유인도 3백98개) 를 헤아리던 크고 작은 섬들이 77년에는 1천8백84개로, 그리고 현재에는 1천8백25개로 불과 6년 사이에 무려 1백1개가 줄어들었다.
섬이 줄어드는 것은 지난 60년대부터 간척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섬과 섬이 둑으로 이어져 육지가 돼버리고 70년대에 들어서는 연륙공사가 성행하면서 태고적부터 섬이었던 땅이 육지에 붙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도사업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조그마한 섬가운데는 사리와 골재를 쓰기 위해 아예 파헤쳐 그 모습을 감춰버린 것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유인도도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 74년까지 모두 3백98개이던 전남도내 유인도가 77년에는 3백58개로, 78년에는 3백49개, 그리고 현재는 3백42개로 74년이후 자그마치 56개나 줄었다.
당국에서 5가구미만의 작은 섬마을 주민을 이웃의 큰섬으로 이주시키고 스스로 섬을 버리고 육지로 떠나버린 주민들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도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 섬의수는 더욱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다도해」란 이름도 사라질 날이 멀지 않을 것같다.
그동안 전남 고흥군 오마도와 그에 따른 올망졸망한 섬3개가 간척사업에 필요한 사리와 골재로 쓰기위해 허무는 바람에 그 자취가 완전히 바다밑으로 잠기고 말았다.
철새의 낙원으로 유명하던 충남 서해안의 서산앞바다 안면도도 지난 74년 폭8m, 길이 2백8m의 육교로 이어져 육지가 됐다.
해태주산지로 널리 알려진 전남 완도군 묘당도와 척찬도는 73년 연륙공사로 이어져 하나의 섬이된뒤 그 금면에 편입됐다.
또 광양군 골야면 중도와 영암군 하도등 많은 섬이 연륙공사로 육지화됐다.
올해 들어서도 영암군 삼향면 나불도와 주변의 섬 3개가 목포하구언공사로 무너져 육지가 되고있다.
올해도 이같은 연륙사업으로 10여개의 섬이 더 줄어들게 됐다.
이렇듯 섬들이 그 자취마저 사라지거나 육지화됨에 따라 섬마을에 얽힌 숱한 전설과 풍물도 사라지고 있다.
분매도는 지난 75년 오마도 간척사업으로 육지화되어 간척지안에 동산처럼 고립되면서 저녁놀 붉게 물든 개펄에서 조개를 따던 소녀들의 밀어도 사라지고 섬마을 20여가구 주민들도 해초를 따고 고기를 잡던 채취선을 버리고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고있다.
목포하구언 공사로 15만여평 규모의 섬이 통째 사라져버린 영암군 삼향면 나불도는 8학급짜리 국민학교 분교가 4km건너 뭍으로 옮겨져 낙도어린이들이 뒤놀던 정든 교사와 교정은 공사현장사무실로 둔갑했다. 이곳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유리창이 깨지는등 지역근대화와는 반대로 오히려 폐허화하였다.
나불도 건너 3백m거리에 있는 닭섬은 섬모양이 홉사 수탉처럼 생겨「닭섬」이라 일컬어 왔으나 지금은 하구언제방에 묻혀 그 흔적조차 찾을수 없게 됐다.
목포하구언 중심지에 있는 나불도와 닭섬·문도등 세섬은 헐리고 헐려 높이 20m·저폭 2백25m의 하구언에 70%의 골재를 제공하고 영영 사라져갔다.
4백여년 동안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유적지를 간직해온 섬으로 이름났던 완도군 고금면 묘당도는 2백여m건너에 있는 척찬도와 연도공사를 해서 두개의 섬이 사실상 하나의 섬이 되었다. 덕택에 충무공의 유적보존시설을 늘릴수 있는 이점을 얻기도 했다.
또 같은군 군외면에 있는 달도는 지난 69년에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와의 사이에 길이 3백m 연륙공사로 사실상 뭍으로 이어졌으나 섬주변을 유통하던 바닷물이 섬을 돌지 못하고 연륙교에서 끊기게 됐다. 이 때문에 해초와 조개등 패류가 서식할 터전을 잃어버려 1천여명 어민들은 해태양식장을 구하지 못해 해마다 3억원씩 손해를 보고있다고 호소하고있다.
이 달도에서 완도를 연결한 총연장 5백m 규모의 완도대교는 서울한강철교를 뜯은 철재를 옮겨다 다시 연결한 것으로 옛날한강철교를 연상케하고 있다.
그러나 다리폭이 4m밖에 안돼 완도를 내왕하는 각종 차량은 다리 입구에서 서로가 기다렸다가 신호를 해서 건너고있다.
제주와의 쾌속여객선 취항으로 2시간 거리로 좁혀진 완도는 하나의 연륙교와 또 하나의 철교가 연결돼 달도와 함께 2개의 섬이 뭍으로 연결되었으나 철교를 다시 확장해야하는 문제점을 안고있다.
광양군 골야면에 속해 있는 금호도와 양도. 그리고 대인도와 명당도는 간척공사를 해서 4개의 섬이 2개로 줄어들었다고 옛날 이들 섬사이로 섬진강을 오르내리는 뱃길이 끊이지 않았으나 지금은 가을철이 되면 황금벌판을 이룬다.이른바「상전벽해」의 변화를 실감케한다.
이들 사라져가는 섬들이 연출해 내는 곡예(?) 도 많다.
강진군 대구면 마량리 건너에 있는 대가막섬과 소가막섬 두섬은 마량항 종합개발사업과 함께 햇볕을 보게돼 각각 2만평규모의 두섬을 2개의 제방으로 이어 하나의 섬으로 만들고 그 제방사이 천연의 바닷물로「풀」을 만드는 계획이 한참 진행중이다.
모래를 뿌려놓은듯 수없이 흩어진 섬들과「리아스」식 해안을 자랑하던 다도해의 모습도 세대와 더불어 바뀌고 있는 것이다.【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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