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과 홍보정책의 기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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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일 김옥길 문교와 이규현 문공이 각각 대통령에게 보고한 80년도 행정방향과 중요시책에 관한 「브리핑」은 이 나라 지식사회에 착잡한 반응을 일으킬 것 같다. 비록 행정관서의 항례적인 행사이었을 망정 적어도 이 나라 상부구조로서의 교학과 문화홍보대책의 기조를 담은 이들 두 장관들의 「브리핑」에서는 병환기적 격동의 시대를 맞고 있는 이 나라 국민들에게 좀더 선명하고 적극적인 행동지표가 제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의심할 바 없이, 지금 우리는 국민적 화합 속에서 국민적 여망인 정치발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할 때를 맞고 있다. 그리고 현정부가 이같은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것을 그 으뜸가는 존재 이유로 삼고 있다는 것도 의심할 여지없는 국민적 합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문공이 지적한 바와 같은 정치발전 과점에서 파생될 과열분위기나 기강해 이에 대한 우려나 경고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같은 도전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겠는가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준거를 제시해 주고 지식인들로 하여금 이 시대를 이끌어갈 정신적 지표로서의 「이덴크라이스」(이념원환)을 형성케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이 아니었던가 싶다.
이점 그가 지적한 『사회안정과 국민화합을 이룩하기 위해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을 막고…』 운운의 정책방향제시는 김 문교가 올해의 교육지표를 『자율과 책임의 조화』라고 지적한 것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금지적이고 소극적이라는 평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가 제시한 안보의식의 고취, 사회안정지속의 계도, 화합분위기의 조성, 강건한 국민정신의 진작 등이 그 자체로서 나무랄 데는 없으나, 우리는 왜 그가 좀더 적극적으로 언론자유의 창달문제에 언급하지 않은지 안타깝다. 정치발전 과정의 완수가 언론자유의 창달없이 이루어질 수 없음은 물론, 자유언론의 창달을 봉한 국민의 자율과 책임의식의 함양 없이는 그가 제시한 안보의식의 고취나 사회안정의 지속, 화합분위기의 조성 등도 어렵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이 문공이 제시한 민화예술에 의한 문화예술의 창달에 관한 시책방향이나 금문교가 제시한 인문교육 충실화·지역간 교육격차 해소·사학육성법의 제지방침 등 속에 공통적으로 내포된 예술문화활동의 자율성신장 및 교육의 민주화 의욕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의 교학과 문화정책의 정도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곧 전기한 정치발전 과업과도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전·음악 「콩쿠프」·문예창작활동에 대한 지원을 점차 민간주도로 이관하겠다는 방침은 현재 비록 일부부작용 때문에 자체내부에 이론도 없지 않은듯 하나, 마땅히 그 방향으로의 전환이 있어야할 것이다.
또 종래 많은 물의를 수반했던 전시효과위주의 문화재보수사업의 방향전환과 중요문화재 관리체제개선 등에 관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된 것도 진일보라 하겠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강조해야 할 것은 한나라의 교학과 문화홍보정책에는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뚜렷한 이념적 기조가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일의 역대문화정책 당국자들이 그들의 문화적 전통의 기조를 같은 기독교문화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항상 「라틴」문명에 대한 반대 명제적인 것으로 정립, 「가톨릭」적 보편주의보다는 「프로테스탕트」적 특수주의, 「프랑스」적 합리주의보다는 북구적인 신비주의, 역사보다는 신화 속에서 독일적인 민족정신의 「에토스」를 정형화하려했던 것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문화전통의 계발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힘쓰겠다고 하나, 우리 민족문화의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이덴크라이스」는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며, 더우기 새로운 민주주의국가건설이라는 역사적 소명 앞에 우리 국민의 사고와 행동과 생활을 이끌어갈 행동준거로서의「에토스」는 무엇인가를 정부의 교학·문화예술당국자들은 앞장서서 안립해야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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