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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먹고 알 먹는 「검은 상혼」 | 한국진출 외국 석유회사들 얼마나 재미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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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가의 대폭 인상과 함께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석유재벌과 정유회사의 정체와 폭리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가인상의 상당부분 뒷전엔 이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 석유자본은 「걸프」 「칼텍스」 「유니언」 「셸」 등 4개. 이중 「걸프」 「칼텍스」 「셸」이 「메이저」「그룹」에 속하고 「유니언」은 독자적 유전을 갖고 있지 않은 독립계.
정유규모가 가장 큰 대한석유공사와 합작한 미국계의 「걸프」는 62년에 진출했다. 당시 다른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진출을 꺼리던 때여서「걸프」는 매우 고자세로 들어왔다. 「걸프」는 유공의 주식 25%를 출자하는 조건으로 유공에 대한 원유공급과 수송권을 독점했다. 「걸프」는 그후 70년 유공의 「나프타」분해공장 건설을 계기로 25%를 추가 증자하는 조건으로 「걸프」가 투자한 자본의 1백50%를 자국에 송금할 때까지 운영권을 인수받았다.
이렇게 해서 유공의 운영권은 「걸프」가 갖게 됐다.
유공의 임직원의 인사·경영권은 물론 유공 사장의 판공비도 「걸프」측의 수석부사장 「사인」이 있어야 쓰도록 되었다. 「걸프」는 가장 먼저 대한투자를 한 모험이 그대로 적중, 한국의 정유부문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으며 지금도 원유파동이 날수록 재미는 더해진다.
또 원유가 남아돌 땐 독점 공급권을 행사하다가 모자라니 일방적 감량통고를 하기 일쑤다.
「소칼」과 「텍사코」의 해외합작 판매회사인 「칼텍스」는 67년 「럭키」와 50대 50 합작으로 진출했다.
당시 제 2정유 선정에는 자그마치 국내 6개 재벌이 9개의 외국 석유재벌을 등에 업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글자 그대로 「금력과 권력의 각축전」으로 불리었다. 호유는 당초 설립당시에는 경영권을 「칼텍스」가 가졌었으나 70년 「럭키」의 증자로 현재는 「럭키」측이 갖고 있다.
69년에 「한국화약그룹」과 합작한 「유니언」도 똑같이 50대 50 출자이지만 경영권은 「유니언」측에 있다. 제 3정유도 실수요자 선정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이 있었으나 인천에 있는 한국화약의 경인화전(한전에 인수됨)의 자체연료를 생산한다는 명목아래 한국화약이 따냈다. 「셸」은 해방 후 우리 나라에 윤활유를 공급한 것을 인연으로 발을 붙인 뒤 60년 50대 50으로 현지법인을 세웠다. 그후 석유부문은 독립, 극동석유가 담당하고 「셸」은 윤활유만 취급하고 있다.
유공은 62년 설립 후 2년 뒤인 64년에 8억8천만원의 순익을 본데 이어 65년 70억, 70년 21억, 75년 69억, 76년 1백59억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1백82억원을 벌어 15년 동안에 총 투자액 5백65억원보다 11%가 많은 6백29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호유는 설립 이듬해인 68년에 9천만원, 69년에 7억2천만원의 적자를 냈으나 70년부터 순이익을 내기 시작, 이 해에 12억, 73년 34억, 75년 48억, 76년 94억, 78년에는 60억원의 순익을 내 11년만에 3백26억원의 순익을 냈다.
경인의 경우도 71년부터 74년까지는 적자를 냈으나 75년부터 흑자로 반전, 76년 37억, 77년 19억, 78년 37억5천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 때문에 「메이저」측의 과실송금 실적도 아주 좋아 「걸프」 및 「칼텍스」는 78년 말까지 총 투자액 6천46만「달러」의 1백21%인 7천3백37만「달러」를 보냈다. 「유니언」 도 지난해 1백23만7천「달러」를 보냈다. 지난해의 석유파동에서 정유 3사에 근무하는 한국인조차 「메이저」측의 냉정한 원유공급 감량을 보고 야속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로 지난해의 우리 나라 석유파동의 근본원인도 알고 보면 원유공급선인 「걸프」·「칼텍스」·「유니언」이 공급을 느닷없이 「펑크」내는데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28만「배럴」씩 공급하던 「걸프」는 지난해 1·4분기에 국제원유 사정악화를 핑계로 31% 줄여 19만4천「배럴」밖에 공급하지 않았고 2·4분기에 21만∼22만「배럴」로 늘렸다가 올 들어 다시 10만「배럴」로 줄여버렸다.
하루 23만「배럴」씩 공급하던 「칼텍스」도 지난해 3·4분기에 16만6천「배럴」로 깎더니 4·4분기부터는 18만5천「배럴」씩 공급하고 있으며 「유니언」은 지난해 1·4분기에 하루 6만「배럴」에서 3만6천「배럴」로 줄이고 2·4분기부터는 1만9천「배럴」로 줄여버렸던 것이다.
이 때문에 정유 3사는 원유현물시장에서 부족분을 비싼 값이라도 사들이느라 법석을 떨었고 정부도 최고 「배럴」당 41.60「달러」에 사들여 국민의 원성을 듣게된 것이다.
이들 국제석유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정유회사는 아무리 경영을 잘못해도 이익이 나게끔 되어 있으며 정부에서도 이들에 대해선 환차손까지 가격에 반영해 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식」의 장사다. 그 대가를 온 국민이 비싼 석유 값으로 치르고 있는 것이다.<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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