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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GOP 사고 있어선 안 될 일" … 고개 숙인 장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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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6일 정오 140여 명의 전군 주요지휘관들이 청와대에 도착했다. 신형 디지털 군복을 입은 ‘별’들 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눈에 띄는 핑크빛 파스텔톤의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90분간 진행된 이날 ‘전군 주요지휘관 오찬’은 내내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지난달 21일 발생한 임모 병장의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지적과 강한 대북 경계 태세 주문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문제부터 꺼냈다. “만에 하나 어떤 도발이 발생한다면 초전에 강력하게 대응해서 응징해 주길 바랍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며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연이어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4차 핵실험 준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매우 크다”며 “안보태세 유지에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전쟁 준비나 도발을 할 경우 그 대가가 엄청날 것이라는 인식을 분명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감히 우리를 넘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론 “병법엔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상의 전략으로 꼽고 있다”는 말도 했다.

 22사단 사건에 대한 심정도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군의 힘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치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헌신과 희생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동부전선의 GOP 총기사고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고였다”고 말했다. 그러곤 “각 군 지휘관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복무기간 동안 투명하고 건강한 병영생활을 통해 자기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휘관들이 만들어야만 한다. 변화된 젊은이들의 눈높이와 살아온 생활환경까지 고려해 복무환경의 개선을 이뤄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장성들은 대부분 시선을 떨구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사고들과 관련해 대통령과 국민들께 우려와 불신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군의 현실을 냉철히 돌아보고 개선방향을 논의했다”며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전 장병이 기본으로 돌아가 일대 쇄신을 단행해 적의 0.1%의 도발 가능성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확립하겠다” 고 덧붙였다.

 오찬에 앞서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취임 후 첫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한 한 장관은 “우리 군의 실상을 냉철히 되돌아보고 특단의 쇄신을 위해 허리띠를 더욱 조여 매야 한다”며 “국민들은 우리 군을 ‘정직하지 않은 군대’ ‘기강이 해이해진 군대’ ‘작전태세가 미흡한 군대’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방에서의 감시 및 경계문제, 군사기밀 및 군납비리 의혹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국민 불신이 더욱 높아졌다”며 “장관으로부터 최전선 병사까지 기본으로 돌아가 달라진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수·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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