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송씨 장부에 현직 의원 명단 … 1780만원 적힌 검사는 곧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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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살해된 서울 강서구 3000억원대 재산가 송모(67)씨가 생전에 작성한 금전출납장부(‘매일기록부’)에 현직 국회의원의 이름이 한두 차례 적혀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16일 검경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해 현역 국회의원의 식비 200만~300만원을 대납했다. 장부에는 ‘A국회의원 외 X명’이라고 적혀 있고 옆에 200만~300만원 상당의 금액과 술·식사 등의 내역이 적혀 있다고 한다. 한 사정 당국 관계자는 “송씨와 A의원이 예전부터 안면이 있었고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의원 후원금 고액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송씨는 2004~2009년 A의원 500만원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4명에게 200만~500만원씩의 후원금을 냈다. A의원은 송씨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원과도 친분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송씨가 자신 소유 건물이 위치한 내발산동 지역을 상업지구로 바꾸기 위해 정치인 관리에 상당히 공을 들여온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A의원이 지역구 관계자들과 식사를 했고 그 대금을 송씨가 대납한 것으로 확인되면 선거법상 ‘기부행위 상시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법률 검토 중이다. 또 송씨의 장부에 총 21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 시의원 7명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본지는 사실 확인을 위해 A의원에게 연락했으나 휴대전화는 받지 않았다. 대신 문자메시지를 남기자 “그런(식대 대납 및 면회 시도) 사실이 없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한편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이날 송씨의 장부에 178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적힌 수원지검 정모(45) 부부장검사에 대해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이 본부장은 “정 검사를 (뇌물 수수) 피의자 신분으로 곧 소환조사하고 계좌 추적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 검사는 수원지검에 출근했지만 직무에서 배제됐다. 문제의 장부에는 정 검사가 2005년 1월~2011년 9월 10차례에 걸쳐 178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적혀 있다. ‘명절’ ‘연수’ 등의 명목으로다. 감찰 본부는 이 중 뇌물죄 공소시효(7년)를 감안해 2008년 3월~2011년 9월 네 차례에 걸쳐 적힌 1000만원을 정 검사가 실제 받았는지와 고소 사건 등에 대한 청탁 대가인지를 규명키로 했다. 앞서 송씨 아들은 경찰에 장부를 제출한 뒤 김 시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려줬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채승기·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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