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배당주·ELS에 꽂힌 강남 큰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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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중위험·중수익 상품 쪼개기. 금융사 간판 PB 5인이 들려준 요즘 강남 ‘큰손’들의 투자법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 이인숙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부장, 이진성 한국씨티은행 CPC강남센터 부지점장,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PB강남센터 부장,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수석웰스매니저 모두 강남권 PB로 VIP고객 자산을 관리해온 금융 전문가다. 그들은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자산가들은 연 기대수익률을 6~7%로 낮추고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분산투자한다”고 했다. 이 상품은 기대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 높고, 수익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안정적이다.

 부자들이 선호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구조화 상품과 가치주·배당주 상품이다. 구조화 상품엔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펀드(ELF)·파생결합증권(DLS)이 해당된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지수형 ELS의 인기가 좋다. ELS는 기초자산(종목이나 지수)의 주가가 만기까지 일정 범위 내에 머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최철민 수석웰스매니저는 “지수가 판매 시점 대비 40~50%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6개월 조기상환으로 연 7%대의 기대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조재영 부장은 금과 은, 원자재 가격에 투자하는 DLS를 긍정적으로 봤다. 원자재 가격이 연초 바닥을 확인한 후 견조한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구조화 상품은 펀드 용어나 투자 방식이 일반 투자자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손쉽게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하기엔 가치주·배당주 펀드가 낫다. 요즘 두 펀드의 성과도 좋다. 저평가 주식을 선별해 장기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는 박스권 장세에서 힘을 발휘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5일 기준 연초 이후 15% 이상 고수익을 낸 펀드가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솔로몬가치주펀드’가 23.17%로 가장 높다. 이어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밸류웨이펀드’가 16.45%를 냈다. 김인응 지점장은 하반기엔 정책 이슈와 맞물린 배당주 펀드에 돈이 더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배당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배당주 펀드엔 연초 이후 약 8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중 1000억원이 최근 일주일 사이에 들어왔다. 대표적인 배당주 펀드가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펀드’다. 5년 수익률이 약 108%에 이른다.

 자산가들은 투자 시야를 넓혀 해외에도 분산투자한다. PB 5인은 앞으로 미국보다 유럽쪽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봤다. 김인응 부장은 “미국 경기는 1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했지만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이에 비해 유럽은 경기부양책에 힙입어 기업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의 투자 매력이 커졌다. 이 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하는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한다. 신용도가 낮은 만큼 채권을 발행할 때 금리가 높다. 주요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의 1년 누적수익률은 8%대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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