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의 수렴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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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헌안에 관한 국민적 합일을 성취하기 위한 여론형성작업이 국회개헌특위의 활동을 비롯해 각계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개헌특위는 16일 서울에서 첫 개헌공청회를 가진데 이어 지방 주요도시에서도 공청회를 열기로 함으로써 개헌논의의 전국적 확산이 이뤄지게 됐다.
또 공화·신민당 지도자들의 지방순례와 지방조직정비도 개헌논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것 같으며, 언론기관·학회·법조단체 등의 여론 조사도 개헌논의의 촉진에 큰 기여를 하고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매우 높아 지금껏 열린 공청회마다 청중이 가득 차고, 박수와 찬반고함으로 열기띤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널리 알려진 일이다.
바야흐로 개헌논의는 본 궤도에 오른 감이 있고 국민적 관심도 여기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전개된 개헌논의의 양상이나 관련 제당사자의 자세로 보아 과연 이 같은 방식으로 개헌안에 관한 국민적 의의형성이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수다한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해 수많은 의견이 제시됐지만 과연 이런 의견이 궁극적으로 개헌안에 꼭 반영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또는 수많은 의견 중에 어떤 의견이 다수론이고 국민적 의견인지 그것을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혹시라도 쏟아진 여러 의견가운데 자기마음에 드는 의견만 골라 개헌안을 만들어 이것이 바로 국민적 의의라고 게시할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이런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한 명백한 해답이 있어야 좀더 의미 있고 값진 개헌논의가 가능하리라고 보는 것이다.
수많은 의견이 제시되고 그것이 신문에 보도되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적절하게 흡수·반영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돼야한다.
따라서 개헌안을 확정, 발의할 정부와 개헌안을 건의하는 입장인 국회·정당 등이 잡다한 개헌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만일 정부나 정당들이 각기 자체의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마라 이미 마음속에 특정한 개헌구상을 굳히고 있다면 각계의 개헌논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럴 경우의 개헌논의는 특정세력의 개헌안을 윤색해주는 구실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각 정당도 스스로의 이해관계보다는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키겠다는 투철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선행요건이라고 믿어진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정부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특정의견에 대한 찬반표시는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개진된 개헌논의에 대한 관심은 가져야 하고, 관심을 갖고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본란이 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개헌에 관한 정부의 구상을 대강이나마 제시하는 것이 옳고, 그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또 그 구상은 국민의 의사에 따라 가변성을 가져야 함은 재언을 불요한다. 공청회 연사가 목청을 높여 의견을 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정부에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부는 최근 외국의 헌법례를 조사하기 위해 연구반을 해외에 파견키로 했다는데, 우리가 보기로는 이런 일보다는 국내의 개헌논의에 좀더 귀를 기울이고 여론의 동향에 보다 신경 쓰는 일이 더 중요할 것 같다.
연구반 파견은 시기적으로도 늦은 감이 있거니와 파견명분 역시 제대로 납득되지 않는 점이 불무하다.
개헌에 큰 역할을 맡을 정부와 각 정당은 아무쪼록 개헌안에 관한 국민적 의사형성을 촉진하고, 그것을 올바로 반영한다는 자세를 국민 앞에 명백히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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