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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경제조치의 충격파 어디까지|국제수지 개선효과 6억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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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율인상은 원화가치의 평가를 절하함으로써 수출입물가의 상대가격을 변경, 수출에 유리하고 수입은 불리하게 만들어 국제수지를 개선하는 데 1차적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환율조정은 경제가 개방되어 있을수록 국내물가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돈의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늘려 「인플레」를 촉발하는 한편 우리처럼 외국빚을 많이쓰는 나라일수록 차관원리금의 추가적인 상환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처럼 환율의 변경은 경제규모나 구조에 따라 여러가지 복잡한 영향과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그 득실을 가늠하기 어렵고 그만큼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흔히 무역적자가 일반적인 개도국에서 환율조정을 「최후의 정책수단」으로 간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컨대 고용·국제수지·물가 중 어떤부문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환율의 조정방향과 폭이 결정되는 셈이다.
이번 환율인상에 따른 각 부문별 영향을 종합하면-.
수출
우선 이 조치의 1차적인 관심사인 수출에서 직접적으로 인상폭만큼 채산성이 좋아지고 그만큼 대외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값이 1 오를 때 수출이 느는 효과는 0·8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와 있으며 정부도 이번 조정으로 3억「달러」의 수출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계산은 무역상대국의 수입수요가 가격에 민감할 때만 가능하나 지금은 불행하게도 매우 둔화된 시점이다. OECD를 중심한 주요 수출대상이 모두 1∼2%의 저성장을 예고하고 있고 세계무역증가도 고작 3%미만인 처지에 이번 정도의 환율인상으로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도 지난해 투자부진으로 수출상품 공급능력의 중대가 어려운 처지다.
반면 수출업계로서도 환율인상과 함께 수출금융 등 간접보조가 줄어들어 단기적으로는 자금압박이 높아질 것이고 금융비용의 증가부담은 불가피해진다.
수입
수입의 원화표시가격이 올라 수입억제효과가 기대되나 이 또한 가격에 얼마나 민감한가에 좌우된다. 우리나라에서 값이 1 오를 때 수입이 주는 것은 0·46으로 수출에 비해 절반이다. 이는 주로 석유·기초원자재 등 소위 비경쟁 수입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기대한 3억「달러」의 수입억제효과는 사실상 미지수에 속한다.
결국 이처럼 환율조정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가장 중요한 수출증대와 수입억제, 이로 인한 국제수지 개선효과는 제반 국제여건의 불확실성으로 매우 유동적이다. 특히 3차 석유파동을 치러야 할 지금으로서는 자칫 물가혼란과 교역조건 악화로 환율의 반짝 효과에 그칠 뿐 장기적 수지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물가
정부가 일단 물가보다도 고용과 국제수지를 먼저 선택함으로써 올해 물가는 상당한 파란을 겪을 것이다. 한은의 통계분석으로는 환율조정의 물가파급효과는 도매의 경우 높게는 71%, 소비자물가는 무려 93%까지 이르며 낮게 추정한 계산에서도 47∼54%에 이르고 있다.
이는 곧 이번 환율조정만으로도 도매는 최소 10%,최대 14%정도 오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도 거의 1년 이내에 모두 파급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같이 경제규모도 상대적으로 작고 개방적인 경제에서는 환율의 물가상승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에 더하여 곧 국내 유류제품과 「에너지」 가격인상이 가세할 것이므로 일단 올해 물가는 고삐가 거의 풀린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환율의 조정에 따른 「인플레」효과는 긴축으로 상실하는 것이 순리이나 워낙 환율의 파장이 크고 높은 반면 경기도 침체국면에 있어 긴축의 강력한 집행이 어려운 여건이다.
이번 금리인상은 사금리와의 격차,「인플레」 진행속도에 비추어 얼마나 긴축에 기여할지 예측하기 어려우며 재정·금융의 절제와 투자·소비절감이 뒷받침돼야 금리인상의 실효를 얻을 것이다.
기업부담
우리나라가 안고있는 외채는 장·단기를 모두 합쳐 2백억「달러」 정도 되며 이 중 금년에 갚아야할 것이 30억「달러」정도된다. 환율인상에 따라 외채를 쓴 기업의 부담은 금년만도 5천6백억원이상 늘어난다. 무역신용을 들여오고 아직 갚지 않았거나 외상수입을 한 기업 등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기업들은 금리인상으로도 이자부담이 늘어나는데 추가부담만도 약6천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 자본시장
금융시장은 금리인상과 환율조정으로 활기를 띨 것이다. 특히 가계저축을 중심으로 대폭적인 유인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저축이 늘고 간접금융의 길이 훨씬 넓어진다. 더욱이 환율인상으로 인한 자금수요의 증가가 예상되어 여간한 긴축이 아니면 통화팽창이 불가피하다.
반면 기존 직접금융시장과의 금리격차가 줄어들어 단자·사채등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증권시장은 명암이 엇갈린다. 환율인상은 무역·건설을 중심한 수출산업주에 유리하나 금리인상은 증시의 투자「무드」에 악재가 될 것이다. 사금융시장도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유보의 상당부분이 사채나 부동산 등에서 빠져나와 제도 금융으로 흡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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