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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 황금알 산업박물관 … 울산 구·군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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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우리 지역에 와야 합니다.”

 울산의 기초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기술박물관을 울산에 짓겠다고 발표한 뒤부터다.

 박물관 건립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국비 4500억원으로 건물을 짓고 한국의 산업기술 발전 역사와 첨단기술 등을 전시한다. 약 20만㎡ 터에 전체 면적 10만㎡의 건물을 짓는다. 건물 완공은 2020년 예정이다. 구체적인 전시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박물관이 완공되면 연간 300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11조원(건축·고용·소비·기업홍보 등 포함)에 이른다. 한마디로 ‘돈이 되는’ 국책사업이다. 유치에 성공하면 단체장은 치적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자치단체들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박물관 후보지는 3곳으로 압축됐다. 남구 신정동 울산대공원 인근과 중구 다운동 입화산 일대, 북구 정자동 강동관광단지 일대다.

 남구는 산업단지 및 도심과 가까운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14일 남구의회는 의원 전원이 서명한 성명서에서 “대한민국 산업발전을 이끈 공업단지가 남구에 있어 상징성이 높다”며 “후보지인 울산대공원은 도심과 가까워 방문객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성민(55) 중구청장과 중구 의회는 지방언론사 기고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잇따라 “중구는 울산 역사의 중심지이자 혁신도시 건설로 많은 발전이 예상되며, 부지 주변의 자연경관이 뛰어나 방문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북구도 가만있지 않았다. 박천동(48) 북구청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울산의 국공립 문화체육시설은 남·중구, 울주군에 많다”며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북구에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지선정 용역을 맡은 현대경제연구원은 “박물관이 들어서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동구·울주군 후보지 2곳을 지난 13일 후보지에서 탈락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자치단체는 “이해할 수 없다”며 기자회견 등을 열어 반발하고 있다.

 울주군 의회는 후보에서 탈락한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후보지 선정과정을 낱낱이 공개하고 원점에서 다시 심의하라”고 요구했다. 울주군은 고속철도(KTX) 울산역, 고속도로와 가까운 점을 내세우며 박물관 유치를 희망해 왔다. 동구 대왕암공원 일대를 부지로 제시한 동구 의회 역시 15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탈락한 이유를 밝혀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치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지역갈등으로 비화하는 조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지선정 의뢰를 받은 울산시는 오는 18일 입지선정위원회를 열어 부지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성과 접근성, 건립 용이성 등이 선정기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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