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패를 막아내기 위하여, 아니다, 차라리 물고 늘어진ㄴ 허무에 쓰러지지 않기 위하여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방지축 헤매다보면 늘 출발점에서 서성이고있는 자신을 바라볼수 있을 뿐이었다.
딱하게도 나는 주문의 덫에 걸려 음쭉달싹 할 수없는 수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만큼 머물러서 조용히 응원해 준 가족과 지인들의 그 따사로운 눈길 때문에 불행하면서도 조금쯤 행복할 수 있었던것같다. 예술이라는 허깨비에 흘려버린 자는 알 것이다. 이 작은「따뜻함」마저도 거둬져 버린다면 시시각각 미쳐버릴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정말로「낡아도 좋은것」은 사람 뿐인지, 참으로 오래 쓴 가죽 혁대 처럼 늙어버린 울엄마가 나는 아직도 좋고, 「거인」같이 편안한 형이 좋고, 늘 곁에 머물러 있는 누나가, 바람 많던 그 남가좌동 골짝까지 찾아와 준 친구들이 눈물겹도록 좋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가깝게 있어도 결국 나는 영영 동행하지 못하리라는 예감에 떨며 얼마나 두려워하고 외로와하였는지 모른다.
사랑하면서도 순간 순간 그들에게서마저 떠나서 저예술이라는 귀신을 따라 바람부는 벌판으로 나가지않으면, 정말로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고 무엇인가가 등 뒤에서 속삭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좋다. 나는 기꺼이 수인이 되려하고, 그것도 가급적 감형없는 무기수이기를 바라고있으니까.
중앙일보사와, 무딘녀석 이만큼 키워준 한국극작 「워크숍」의 선생님들, 동인들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약력>▲53년 전북남원출생 ▲78년 희곡『십자가 내려지다』발표(극단「민중」공연)▲79년 희곡『새야새야』(극단「민중」공연)『축생도』(극단「76극장」공연)발표.「사인교」동인·한국극작「워크숍」참가▲80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미술평론당선 ▲현재 서울대미대회화과 3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