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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인가…|적자수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너부 비싸다고 외국「바이어」들이 등을 돌리는가하면 수출업체들은 그대로 적자채산이라고 울상이다.
밖으로 상품주문이 줄어들고 안으로는 밑지는 장사라면 여간 심각한 일이아니다. 얼마나 적자이고 무엇이 그 요인인지 따져보자
모 종합무역상사의 경우 올해 채산은 수출매상의 2% 적자로 나타났다.
그 명세를 보면 수출가액의 90%가 물건비로 소요되고 나머지 10%를 가지고 인건비를 포함한 제비용을 치르고 이익까지 남겨야 하는데 비용만으로 12%를 넘어선 것이다.
인건비가 1.5%, 통관료·보험료등 잡다한 수출부대비용이 1.7%, 그리고 운임이 7∼8%등으로 구성되면 이익을 빼낼 틈이 없다.
섬유류등 경공업계품은 그래도 1%내외의 이익을 남기고 있지만 중공업제품의 경우 워낙 저가수출인데다 운임부담만으로도 10%를 차지해 적자수출을 각오해야한다. 비교적 건실한 경영을 한다는 S상사의 경우도 주종인 봉제수출이 내년에는 적자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고 걱정이다. 지난해에 비해 수출단가는 평균10%밖에 올리지못했는데 자재비나 인건비는 20%이상이 올랐기때문에 내년도의 추가상승을 감안하면 수출부대비용등에서 비용절감이 없는한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예상이다.
특히 국내에서 공급되는 원사값이 외국에 비해 20%가 비싸 이의 수입자유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원사「메이커」측은 석유·전기료등 기초원자재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자기네들도 남는게 없다는 주장이다. 봉제및 가죽제품을 수출하는 한중소 수출업자는 이젠 수출「마진」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인건비등을 제외한 장부상의 이익이 아니라 수출해서 비용만 떨어진다면 다행이라고 했다.
의류에 있어 필수자재인「나일론·타프타」의 공급가격이 최근 1년사이에 1백%나 올랐고 그나마 대기업들이 몰아가는 바람에 제몫을 공급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수출업체의 대소를 막론하고 인건비나 원유재값은 크게 오른반면에 수출단가는 이를 따르지 못하는게 공통적인 적자채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편 국내 유수의「바잉·오피스」 (수입상)인 「아메렉스」의 한국인지점장 L씨는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이 수지개념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어」로서의 객관적인 입장임을 전제한 그는 우선 한국상품이 제값을 못받고 있는 첫째 이유는 한국수출업자 스스로가 무모한「덤핑」으로 가격과 신용을 깎아내린 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홍재벌을 자처했던 D상사의 예로서 지난한햇동안 3천6백만「달러」어치의 가방을 실어내 국제시장가격의 절반가격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현지「덤핑」을 해 세계 가방시장질서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고 지적하면서 『 「프랑크푸르트」에서 가만히 앉아 10 「달러」에 살수있는 물건을 한국에서 12「달러」에「오퍼」를 하면 사가겠느냐』고 반문했다.
내년도 자기회사의 한국상품수입량이 10%내외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그는 값도 문제지만 한국수출업체에대한 외국 「바이어」들의 불신경향이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종업원봉급이나 재료비가 올라도 품질을 높여 고가품을 만들고 생산성을 높인다면 문제될게 없다. 「바이어」쪽에서도 더좋은 물건을 만들어 값을 올리는데는 시비의 여지가 없을것이다.
성급한 중화학공업화의「붐」에 밀려 주종이었던 섬유산업은 채 성숙하기도 전에 사양시되어 대상은 10년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인 반면 중공업제품은 국제시장에 내놓기에는 너무 미숙한 단계이니 매우 어중간한 상황에 와있다는 것이 수출업자들의 고백이다.
결국 지금 당장 손해를 보고 판다해도 장차 앞으로는 좋은 가격으로 많이 팔릴 것이라는 전망을 가질수 있어야한다.
물론 약화된 경쟁력이 하루아침에 소생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무모한「덤핑」으로 「바어어」들로부터의 불신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얼마만큼 손해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그 손해를 최소화하고 흑자채산을 앞당길수 있지않겠는가.
정부도 적자를 내서라도 수출만 많이 하는 업체에는 명예와 후한 상을 주면서 이익을 많이 내 재무구조가 건전한 기업에는 왜 상을 안주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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