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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임금 안 줬다가는 2배 물어줘야

중앙일보

입력

내년부터 고의 또는 상습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체불했다간 두 배의 임금을 물어줘야 한다. 시급 5580원의 최저임금(내년 적용)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엔 적발 즉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본지 7월 9일자 2면>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14일 입법예고했다. 올해 말까지 개정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은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징벌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예전엔 법원이 고의·상습적 체불이라는 판결을 해도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체불된 임금만 주면 됐다. 물론 형사처벌은 별도였다. 하지만 개정안은 체불된 금액 만큼 부가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토록 했다. 지불여력이 있는데도 안 준 경우 고의성이 인정된다. 도산이나 폐업을 해도 남은 재산이 있다면 고의적인 것으로 본다. 임금을 1년에 4개월간 지급하지 않거나 누적된 체불임금이 4개월 분 통상임금에 해당하면 상습적인 임금체불자로 분류된다.

체불된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도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퇴직자나 사망한 근로자에게만 지연이자를 지급했다. 이게 재직 근로자에게 확대된 것이다. 임금을 체불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5%, 6개월~1년 미만이면 10%, 1년 이상이면 20%를 더 얹어줘야 한다. 이런 조치는 최저임금에도 적용된다.

고용부 권혁태 근로개선정책관은 "현행 법은 형사처벌 조항만 있어 경제적 제재효과가 낮았다. 이러다보니 근로자가 생계곤란을 겪어도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며 개정안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최저임금 대상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대폭 강화된다. 최저임금을 위반하면 즉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를 받은 뒤 시정하면 최대 50% 정도 깎아준다. 이후 최저임금을 다시 위반하면 형사처벌된다. 또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거나 근로계약서를 근로자에게 주지 않으면 즉시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아울러 주유원이나 단순 판매원, 패스트푸드 종사자처럼 별도의 교육이 없어도 즉시 일할 수 있는 단순노무 종사자에게는 첫 달부터 최저임금을 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수습기간(3개월)을 인정해 10% 감액해서 지급할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 일부 사업주는 단기간 채용하면서 일부러 1년 계약하는 것처럼 근로계약서를 쓰고, 수습기간을 적용하는 악용사례가 빈번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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