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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해제이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긴급조치제9호가 8일0시를 기해 마침내 해제되었다. 이에 따라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아직껏 복역 중이던 33명의 학생을 포함한 68명이 석방되고, 이들 및 이미 복역을 끝냈거나 형집항정지로 나온 위반자들에 대한 특별사면및 복권·복학등 후속조치가 곧 뒤따를 것이라 한다.
새 시대·새질서를 건설하는 구체적 작업이 이처럼 신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더없이 다행한 일이다. 특히 긴급조치 관련자의 대부분이 대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복교길을 터 주기 위한 학칙개정작업이총·학장재량하에 각대학별로 진행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최근 밝혀진바 74년이후 학원사태등으로 제적된 학생은 7백86명이고, 76년 교수재임용때 탈락한 교수는 l백81명의 다수에 이르고 있다. 제적된 학생들과 정치적인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던 일부 교수들이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는 일만큼 감회 깊고 기쁜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이같은 움직임을 모든 국민과 더블어 동경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사태진전에 국민이 함께 기쁨을 느끼는 것은 학생들이 그들 본래의 위치에 복귀하여 학업에 전념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헌정의 민주적 발전을 위한 역사적 작업에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거국적으로 정치발전과정을 촉진하자는 당부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오늘의 대학은 한나라의 지성과 문화의 산실일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를 망라한 국민생활전영역에 걸친 현대성 창출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할 막중한 사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질서를 흐트러지게 하고 학문적 권위에 동요를 가져온 원천적 책임이 어디에 있었건, 지금은 실추된 대학의 권위를 되찾고 흐트러진 운영질서를 바로잡야야 할 때인 것이다. 최근 학원운영의 자율성회복이 자주거론되고 있거니와, 정치발전에 발맞추어 학원의 민주적 개혁도 점진적으로 이룩돼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학생이나 대학구성원들은 학원의 전향적 재건과 나아가서 국가발전을 위해 역사적인 사명감을 제고해야할 때를 맞이한 셈이다.
다만, 사제간 학생들간 또는 동료교수간의 흐트러진 관계가 아물고 재정립되는데는 시간이 걸리고 적쟎은 진통이 부가피할 것이다.
앞으로 긴급조치관련자들의 복학·복직이 실현되면 들어가는 쪽이나, 맞아들이는 쪽이나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히리라는 것을 짐작 못할 바 아니다.
새삼 긴급조치9호의 공과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지만, 맹목적인 권력의부조리가 우리국민의 정의감·지조 같은 전통적 가치관마저 왜곡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거듭거듭 깊은 성찰을 해보아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국민적 화합」 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엄숙한 시점이다. 조그마한 허물은 서로용서하고 겸허하고 솔직한 자세로 새질서를 이룩하는데 합심해서 최선을다해야할 때인 것이다.
정부도 이제는 적극적인 자세로 학원의 자율적 운영을 도와야 할 것이며 대학당국은 복학생들을 따뜻이 맞을 만반의 태세를 미리 갖추어 놓아야할 것이다.
학생들 역시 국민의 한사람이고 유권자인이상 정치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정치적 관심보다는 학문연마가 대학생들의 본분이며 그것이 시대적 요청임을 거듭 강조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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