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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바닥 民心 괜찮은데…" 불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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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가 호남 소외론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찬용(鄭燦龍)인사보좌관이 직설적으로 제기한 '호남 정치인 책임'주장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불쾌한 기류를 반영한다.

청와대는 현재 '호남 대중'과 '여론 주도층'의 분위기를 분리해 인식하고 있다.

鄭보좌관은 "광주를 직접 가서 보니 기본적인 소외감이나 행정자치부 인사차별에 대한 속상함은 있었지만 바닥 민심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지난주 호남을 다녀온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도 "지역언론이라든가 정치권, 상층부의 민심이 조금 나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호남지역 여론조사에서 새 정부 인사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이 84.4%에 달했던 점도 이 같은 생각을 뒷받침했다.

그런데도 정치권, 그것도 주로 민주당 호남 일부 의원이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데 대해 청와대는 매우 언짢아하고 있다.

鄭보좌관은 특히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호남 소외 문제를 거론한 의원 등을 겨냥했다.

광주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강운태(姜雲太)의원은 지난 7일 고건(高建)총리에게 보낸 서면질의서에서 호남 차별을 주장했고, 동교동계 출신인 전갑길(全甲吉)의원도 새 정부 인사를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움직임을 '호남 기득권 세력'의 문제를 전체 호남 민심으로 확대 포장해 쟁점화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으로 규정했다.

"과거 영남에서 선거 때만 되면 '김대중 빨갱이론'을 제기하면서 호남을 패서 (자신들에게)유리하게 하려 했는데, (지금은) 그 반대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鄭보좌관의 주장이다.

鄭보좌관의 대(對) 정치권 정면 대응은 인사 소외론을 '호남 기득권층'의 문제로 한정시켜, 밑바닥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북송금 특검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호남 민심이 더욱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鄭보좌관은 라디오 '정진홍의 SBS 전망대'에 나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 폄하와 남북 관계 손상에 대한 우려는 있으나 전라도인들의 정치적 탁견을 믿는다"고 호남 민심을 다독이기도 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인식 자체는 鄭보좌관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盧대통령은 호남 소외 문제가 제기될 당시인 지난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치권은 편중 인사를 논하기 전에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노력부터 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鄭보좌관의 강경 발언에 대해선 청와대 내부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수석은 "일부 상층부의 민심이 나쁘다고 해서 특정 언론이나 정치권이 호도하고 있다는 식의 분석은 반대한다"며 "상층부 여론이 나쁘다는 것만 해도 충분한 위험신호인 만큼 더욱 겸허하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기자

<바로잡습니다>

4월 14일자 5면에 실린 사진설명 중 '뤼순 감옥 모형도'는 '중경 임시정부청사 모형도'의 오기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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