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인터넷 바둑으로 유인 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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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다니는 채무자를 인터넷 내기 바둑을 하자고 유인, 납치한 채권자 등 일당 4명이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3일 선금을 받은 뒤 물품을 납품하지 않고 도망다니는 거래업자를 납치해 폭행한 혐의로 D인터넷쇼핑몰 이사 任모(34)씨를 구속하고 사원 李모(28)씨 등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년간 거래하던 액세서리 제조업자 張모(35)씨에게 목걸이.귀걸이 등을 납품해달라며 지난해 9월부터 두달간 네차례에 걸쳐 3억2천여만원을 주었다. 그러나 張씨는 받은 돈을 빚을 갚는데 사용하고 물품을 공급하지 않은 채 도망다녔다는 것이다.

張씨를 찾던 任씨 등은 평소 張씨가 자신들의 사무실에 들러 인터넷 바둑을 즐겨 두던 것을 떠올렸다.

지난 9일 오후 7시30분쯤 H바둑사이트에 張씨의 ID가 접속해 있는 것을 확인한 任씨는 여사원 裵모(27)씨의 아이디로 접속, 張씨에게 "지는 사람이 저녁식사를 사는 내기 바둑을 두자"며 접근했다.

任씨는 내기 바둑에서 일부러 져준 뒤 같은 날 오후 9시 서울 강남구 지하철 7호선 청담전철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약속 장소에 숨어 있던 任씨 등은 張씨를 붙잡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회사 물류창고로 끌고갔다.

張씨는 이들의 강요에 못이겨 가족에게 "2억원을 입금해달라"고 전화했고,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다시 걸려온 전화를 최대한 끌면서 張씨 휴대전화의 위치를 추적해 이들을 붙잡았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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