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1백47명 배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연약한 여고생들이 청장년조차 다루지 못하는 「트랙터」로 논·밭을 갈아엎는 신기한 모습은 지난해11월 l기생 47명이 이 훈련원을 수료한 후부터 도내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제3기 50명이 배출돼 모두 1백47명이 농민들에게 새영농기술을 보급하게 된 것이다.
3주일동안 합숙생활을 통한 정신교육·농업 기계 교육·영농기술교육·생활교육을 거쳐 농업기계화의 여성기수들이 탄생되기까지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지난해 10월 제천·단양·영동·중원등 도내 15개 여고에서 60명을 추천 받아 영농 교육을 시키려던 도교위의 구상은 원생모집에서부터 좌절됐다.
도시를 동경하여 딸만은 잘 가르쳐 도시사위를 보는 게 꿈이었던 학부모들은『내딸은 그런 곳에 보내지 않겠다』며 완강히 거절했다.
학교측의 간곡한 설득으로 겨우47명을 모아 시작한 첫 강의 때 육진성충북교육감은 『여러분이 대지의 주인이 되라』 고 간혹히 당부했다.
이들이 어엿한 농업기술자가 되어 농촌에 새 바람을 일으키자 농민들은 깜짝 놀랐고 학부모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다투어 딸을 교육 시켜 줄 수 없겠느냐고 문의 전화를 해왔다.
이 훈련원의 영농교육은 정신교육 12시간, 농업기계교육 94시간, 영농기술 10시간 등 모두 1백16시간의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전체교육시간의 81%를 배정한 농업기계교육은 동력경운기교육 28시간, 「트랙터」22시간, 농업방제기구 15시간, 원동기 15시간, 양수기 4시간, 수확기·이앙기 각각 2시간 등으로 어느 농기계든 거침없이 운전하고 분해·조립시킬 수 있는 완벽한 영농기술자 「코스」를 밟고있다.
이 훈련원 담당교사 박기섭(36)는 『기계라면 겁을 먹던 여학생들이 교육을 받자 차차 기계에 재미를 붙여 경운기운전교육때는 서로 먼저 하겠다고 나선다』 면서 『시동이 걸리고 바퀴가 굴러갈때 여학생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뿌듯하다』 고 교육의 성과를 말했다.
또 김충구교사(44)는『여학생들이 물론 남학생보다 기계에 대한 적응력은 모자라지만 일단 배워놓으면 남학생 보다 차분하여 사고를 내는 일이 거의 없다』 고 말하고있다.
이들의 훈련을 위해 비치된 농기계는 동력 경운기(8마력)10대, 「트랙터」및 부속작업기 2대, 소형 원동기 10대, 분해조립공구 10조 등으로 여학생들은 수료할 때까지 이들 기계를 몇번이고 분해하고 조립하여·가동하는 훈련을 받는다.
이들은 또 남학생들과는 달리 빵 만들기를 비롯, 메주·장담그기·과수접붙이기·화초가꾸기·꽃꽂이등 과 간단한 전자제품수리까지 배워 훌륭한 농촌규수의 자질을 기르고있다.
3주간의 합숙기간 중 일요일에는 반별로 체육대회를 가져 심신을 단련하며 저녁에는 건전가요부르기·강기자랑등 오락을 가지며 과제발표와 토의시간을 통해 지도능력도 키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