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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부모의 유학보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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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준
강홍준 기자 중앙일보 데스크
강홍준
논설위원

전직 언론인인 이강렬(60) 미래교육연구소 소장은 둘째 아들을 미국 콜게이트대 4학년에 유학시키고 있다. 유학 비용은 대학이 지급하는 매년 4만9000달러(약 5000여만원) 규모의 학자금 보조(grant)로 해결한다. 이 돈은 성적과 관계 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게 주는 보조금이다. 나중에 갚을 필요는 없다. 정년퇴직한 그에게 미국 대학의 학비보조는 ‘에인절 머니’다.

 유학이야말로 재력이 있는 집, 아이가 외고 다닐 수준이 되는 집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보통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 소장은 그런 가난한 아빠의 선입견을 자신의 경험으로 깨버렸다. 게다가 2010년엔 연구소를 차려 자신의 경험을 확산했다. 2012년엔 미국 78개 대에서 26억8000여만원, 2013년엔 91개 대에서 41억5000여만원을 학비지원을 받도록 컨설팅했다. 지난해엔 아버지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쫄딱 망한 A군이 미국 명문대학으로부터 연간 4만9500여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게 길을 터줬다. 올해엔 박봉인 공무원 자제가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에 진학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 학교의 매년 학비 4만4000달러와 기숙사비를 합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됐다.

 이 소장은 “자신의 능력과 가정 형편에 따라 학교만 잘 선택해도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유학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미국의 일부 대학은 외국 학생이 학자금 보조를 신청하면 불합격시키기도 한다. 각 대학의 사정을 잘 따져보고, 학교가 요구하는 신청서를 상세하게 작성하면 유학의 길은 실현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외국 대학 가기가 국내 대학 가기보다 더 쉬운 현실이다. 우리 대학의 입시는 어떤가. 수능이 쉽게 출제돼야 사교육비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결국 지난 6월 모의수능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고, 두 문제 틀리면 3등급의 성적이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실수 안 하기 경쟁으로 전락한 대입에서 실수 몇 번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늘 벌어진다. 고교 3년 동안 학원 보내고, 또 재수학원까지 보내는 건 실수에 의해 정해진 입시 결과를 수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합격시킨 우리 대학의 학비 지원 사정은 어떤가. 국내 대학은 미국 대학 같은 학비 보조 제도를 운영하지 않으며, 정부의 장학금 지원에 따라 학교 졸업 후 학자금을 갚아 나가야 한다.

 한국에 사는 가난한 부모의 언감생심(焉敢生心)은 국내 대학에 단번에 들어가, 좋은 성적을 유지해 장학금 받으며 4년 만에 졸업하는 게 아닐까.  

강홍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