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재편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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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후발 통신사업자인 ㈜온세통신이 지난 11일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는 지난달 초고속 인터넷통신망 업체인 ㈜두루넷의 법정관리에 이어 전국 규모 통신업체로는 두 번째다.

통신업계는 연이은 통신업체의 법정관리 신청이 선발 거대 사업자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키고 통신업계 재편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온세통신은 13일 "대출금 연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업어음 만기가 몰리는 등 자금경색이 심화돼 지난 11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두루넷의 법정관리와 SK글로벌 사태 등의 영향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여신특별관리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1996년 설립된 온세통신은 통신망 구축에 그동안 3천여억원을 투자했으나 KT 등 거대 업체와의 경쟁에 밀려 어려움을 겪어왔다. 통신서비스 품목은 국제.시외전화 및 초고속 인터넷 등. 온세통신의 시장 점유율은 시외전화 2.5%, 초고속 인터넷 4%, 국제전화 부문 12%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매출 3천6백20억원에 7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은 4백80%에 달한다.

◆통신업계 구도 변화=두루넷에 이은 온세통신의 몰락은 후발 통신사업자가 KT 등 시장 주도 사업자의 벽을 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온세통신과 두루넷은 전국적인 망구축과 마케팅에 수천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서비스와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밀려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온세통신의 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향후 통신업계는 KT.KTF를 중심으로 한 KT그룹과 데이콤.LG텔레콤.파워콤.하나로통신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LG그룹, 그리고 무선분야의 SK텔레콤의 3자 구도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KT와 데이콤 등의 '두루넷 인수'검토 발언과 SK텔레콤.하나로통신 등의 온세통신 인수설은 통신업계의 이런 움직임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유선통신 분야에서는 KT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효경쟁체제 논란= 후발 사업자의 잇따른 몰락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유효경쟁체제 구축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그동안 통신분야의 유효 경쟁체제 구축을 위해 후발 사업자에게는 요금 규제 등을 완화해주는 '비대칭 규제정책'을 펴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부실의 1차적인 책임은 물론 경영진에 있으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통신산업의 경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두루넷과 온세통신 사태와 시내전화 등 전화사업의 KT독점 체제 지속 등은 유효 경쟁체제 구축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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