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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엄청난 기술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뮌헨」에 있는「도이치·뮤지엄」은 자연과학박물관으로선 세계최고 최대를 자랑한다. 거의 중앙청만한 6층건물 빽빽히 과학·기술에 관한 것이면 모든 것을 다 모아놓았다.
철을 어떻게 만드는가, 북해에서 석유를 어떻게 캐는가, 또 다리와 「터널」은 어떻게 놓는가 하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든 교통기관·악기·우주선·인쇄술·천문학의 발달사를 실물로서 전시해 놓았다.
하루 몇 번씩 시범실험이 있어 거기서 쇠를 녹여 주물을 만들기도 하고 도자기나 전구를 굽기도 한다.
관람객 중엔 학생이 가장 많다. 일가가 함께 구경하는 풍경도 많았다. 「피크닉」간 표정이었다. 「란드셀」을 짊어진 국민학생들이 이 방 저 방 몰려다니며 기계를 만지고 논다. 「프리즘」을 통과하면 빛이 7가지색으로 분광되고 물에 돌을 던지면 어떻게 파문이 이는가, 소리는 왜 전달되는가 하는 것을 나타내는 실험기구들이 완비되어 있어 「버튼」만 누르면 그대로 작동한다.
『만지지 마시오』하는 팻말은 없다.「도이치· 뮤지엄」은 20세기초에 설립되어 근30년에 걸쳐 수집된 것인데 2차대전때 거의 파괴되었다가 종전이 되자 서독정부가 가장 먼저 재건을 서둘러 근30년에 걸쳐 옛날보다 더 충실히 만들어 놓았다.
「도이치·뮤지엄」이야말로 독일국력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사실「란도셀」을 메고 「도이치·뮤지엄」에서 과학을 몸으로 익힌 어린이들이 독일의 귀중한 재산이며 또 저력인 것이다.
인적자원을 가장 부가가치 높게 가공하는 사회「시스팀」을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마치 사회전체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련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서독최대의 민간기업인 「지멘스」를 가보고 오싹함을 느꼈다.
「지멘스」가 기술투자에 쏟는 비용은 자그마치 1년에 23억「마르크」. 총매상고의 8%에 달한다.
지금도 까마득히 앞선 수준에서 2만3천명의 정예인력이 최신의 설비 속에 최고의 능률로 기술개발에 매달리고 있는걸 보고 누가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지멘스」의 생산품중 10년전에 있었던 것은 25에 불과하고 45%가 최근5년사이에, 30%가 5∼10년 사이에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그만큼 기술개발의 속도가 눈부신 것이다.
『기술투자만큼 확실한 것도 없읍니다. 정확히 보장되고 또 누가 훔쳐 갈 수도 없습니다. 2차대전 때 우리 공장들이 모두 폭격을 맞고 그나마 남은 것은 소련사람들이 심지어「너트」하나까지 뜯어갔습니다. 그러나 우리 머리에 남아있는 기술만은 못가져 갔지요.
우리는 머리 하나만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공장에서 가져간 원반기계를 아직도 쓰고있다고 하더군요. 우린 벌써 세번째로 바꿨읍니다. 더 고성능이지요.』
「베를린·지멘스」「터빈」공장의 책임자가 들려준 말이다.
공장규모는 놀랄게 없었으나 기계를 깎고있는 기술자들이 20∼30년씩 한길로만 살아온 사람들이라는덴 새삼 감탄했다. 그것도 이사나 공장장으로서가 아니라 직인으로서 평생을 바친다는 것이다.
이들의 기술수준이나 직업의식은 대단하다. 독일국가의 한구절처럼 세계에 관절한다.
사회의 각부문에,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이런 사람들이 꽉 버티고 있기 때문에 독일사회 자체가 그토록 고부가가치적인 것이다. 독일의 여러 산업 중「엔지니어링」에 종사하는 인구가 99만명으로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독일산업의 수준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독일은 공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기술이 필요한 정밀기계·금속 등의 국제경쟁력 면에서 거의 발군이다.
『당신나라의 기술 수준이 그토록 높아도 현대기술의 정화라 할 수 있는 핵전경쟁에선 왜 번번이 지는가. 우리 나라에서도 아직 미국에 한번도 못이기지 앉았느냐』고 물어보았다.
『우리가 아직 이기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우리의 기술수준은 세계제일이다. 「드리마일」사고 같은 건 절대로 없다.
핵전은 다른 상품과는 달리 기술이나 가격만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다. 우리는 국제정치적취약점을 「커버」하도록 기술면에서 보다 격차를 벌리겠다.』 어깨를 으쓱하며 응수하는 말이다.

<최우석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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