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장관의 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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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충성과 애도속에 고 박정희대통령의 국장을 끝낸 이제 온국민의 관심과 세계의 이목은 앞으로 이 비상사태를 언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수습하며, 그런 수숩작업이 누구의 주도하에 이루어져 그 결과 한국의 새모습은 어떤 것이 될것인가하는 점에 쓸려 있다.
이문제는 실로 너무나 크고 복잡해 일견 막막한 느낌마저 없지않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외면하거나 지체할 수만도 없는 성질이다.
우리는 현단계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 방안의 제시를 시도할 생각은 없지만 안정의 계속적인 유지가 모든 문제해결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만은 강조하고 싶다.
우선 「10·26사태」의 충격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않은 국민의 침착한 태도와 경제·사회적안정이 앞으로도 훼손되는 일이 없이 사태가 진전돼야겠다는 것이다.
경제·사회적 안정없이 정치안정이 불가능함을 생각하면 정치질서의 재편을 주요내용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앞으로의 수습능력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점은 명약관화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안정을 더욱 굳건하게 하면서 시국을 수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가장 평범한 말인둣 하지만 『질서있는 방법』외의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다. 위기속에서도 안정이 가능했던 것도 질서가 유지·존중됐기 때문이며, 앞으로의 수습노력 역시 『질서있는 방법』 이라야만 계속적인 안정유지가 가능하리라고 보는 것이다. 만약 「수습」을 위한노력에 질서의 개념이 결여된다면 그것은 「수습」이 아니라 혼란을 촉진할 수도 있음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밴스」 미국무장관이 이한성명에서 밝힌 몇가지 사실과 견해는 충분히 음미해 볼만한 시사적인 발언이다.
「밴스」장관은 한국요로와의 일련의요담 끝에 한국군이 현재의 민간정부를 지지하고 있고 앞으로의 사태수습도 민간정부 주도하에 합헌적인 절차에 따라 질서있게 진행시킨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새정부는 한국민과 전세계의 폭넓온 지지를 보유하는 자세로 전진할 수 있을것』 이라는 희망을 피력하고 『앞으로 닥쳐올 시대는 한국에 시험대가 될것이지만 안정되고 번영된 미래를 이루어 나감에 있어 화해와 절제의 정신으로 같이 일해 나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충고조의 말도 했다.
이같은 「밴스」장관의 발언은 그가 한국요인들과의 접촉에서 얻게된 확신과 사태진전에 관한 미측의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밴스」장관 역시 안정의 중요성과 『질서있는 방법』을 강조한 것이다.
『합헌적 절차에 따라 진행시킨다』는 말이나 「화해」와 「절제」의 정신을 강조한 것도 사태의 수습과정에서 혼란이나 충돌이 없는 『질서있는 변화』룰 희망한 표현으로 보이는 것이다.
또 「밴스」장관은 한국정부가 한국민은 물론 전세계의 지지룰 향유하는 자세로 나가주기를 희망했는데 이점에 관해서는 한국민 전체가 반대의 유보도 없이 전적으로 동감일 것이다.
오늘날, 한 정부가 세계의 지지를 향유할 수 있기 의해서는 오직 자국민의 진정한 지지위에 서야만 가능하고 자국민의 지지없는 외적인 지지는 한갖 허상일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밴스」장관의 이말은 새정부에 대한 미국의 희망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밴스」장관의 발언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현재까지의 형태진전은 안도할만한 것이라는 점과 미국이 희망하는 방향과 우리 국민이 바라는 그것과는 일치한다는 점이다.
또 기왕에 다짐한 안보공약의 준수는 물론 경제면에서드 우호적 협력관계를 긴밀히 하겠다는 그의 약속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랜 우방의 이같은 협조와 관심에 대해서는 경청하고 참고해야겠지만 우리로서는 어디까지나 당국의 신중하고 사려깊은 순차적 조치룰 기다려야 하고, 또한 앞으로도 상당기간 사태수숩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할 필요성에는 전과 다를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밴스」장관이 언급한 문제에 관한 우리당국의 태도표명을 기다리면서 관련 모든 당사자가 『질서있는 방법』 으로 안정기반위의 수습노력에 중지를 모을 것을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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