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10일 세월호 국정조사 증언대에 섰다. 용퇴를 요구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설전도 벌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한 김 실장은 “청와대 상황실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확인해 대통령께 보고하는 역할을 하고, 구조나 이런 것을 지휘한 일이 없다”고 말해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김장수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에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그런(컨트롤타워) 말이 나오겠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재난의 최종 지휘본부는 안전행정부 장관”이라고도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는 궁극적으로 청와대의 책임”이라며 김 실장을 몰아붙였다. 김현 의원은 “재난과 위기관리의 측면에서 (김 실장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했느냐”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 실장은 “ 그만두는 시간까지 성심껏 일하겠다”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성실하게 국정조사에 응하러 나왔지 책임을 피하거나 회피하고 변명하려고 온 게 아니다”며 “대통령께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저희들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첫 번째는 선장과 선원들이 먼저 대피하고 승객들을 대피시키지 아니한 점, 둘째는 탐욕에 젖은 기업들이 배를 잘못 고친 점, 그 다음이 국가 공무원들의 태만”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언급하지 않았다.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답변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이번 참사는 한마디로 침몰 이후 단 한 명의 탑승자도 구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최선을 다했지만 만족스럽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대로 일을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청와대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도 부분적으로 시인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당일 첫 대책회의는 오후 4시10분 김 실장 주재로 열렸다. 사고가 발생한 지 7시간18분이 지난 뒤였다. 회의 직후인 오후 5시10분 박 대통령은 안전행정부를 방문해 구조상황을 점검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왜 떠오르지 않느냐”고 묻자 이경옥 안행부 2차관은 “객실에 갇혀 있어 구명조끼가 의미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안행부에 갈 때까지 승객 전원이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그러나 “이 사건은 매우 특수하고 이례적”이라며 “그렇게 큰 배가 그렇게 빨리 뒤집어질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세월호(6800t)보다 큰 7800t 규모의 선박이 침몰하는 데 5시간이 걸렸던 사례를 들었다. 세월호는 1시간 반 만에 침몰하면서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짧았다는 뜻이다.
사고 당일 NSC 실무조정회의가 열리고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세월호와는 별건의 회의였다. 국정원은 세월호 침몰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인지했다. 또 회의에 참석 중이던 한기범 국정원 제1차장을 비롯해 외교·국방·통일부, 청와대 주요 책임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한 차장은 회의 중 관련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야당은 실무조정회의에 침몰 소식이 전달됐다면 대응이 더 빨랐을 거라고 주장했다.
글=강태화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