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동정 손금 들여다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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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보과학의 발달과 미소간의 긴강완화로 첩보전쟁에 질적 변화가 일고있다. 냉전시대의 첩보활동은 「스파이」개인의 능력이나 비밀공작에 역점을 두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고성능 전자장비와 인공위성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각종 출판물·전파매체 등에 흥수처럼 범람하는 공개정보들을 「컴퓨터」로 분석·정리하는데 역점이 두어지고 있다.
지금 미국의 첩보활동 비중은 CIA(미중앙정보국)에서 NSA(국가안전보장국)와 DIA(국방정보국)쪽으로 옮겨있다.
「스탈린」 시대의 비밀경찰「체카」(전「러시아」비상위원회)후신인 소련의 KGB(국가보안위원회)도 그 절대적인 힘을 GRU(소련군참모본부정보국)와 분점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최근 미국정부가 소련「볼쇼이·발FP」단의 주역「고두노프」의 아내「블라소바」의 망명의사확인을 위해 그렇게 애쓴 것은 부부를 미국에서 같이 살게 하려는 인도주의적 동기에서보다 실은 소련 정보요원을 하나 빼앗아 내려는데 그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총인원 42만명(대외정보공작원은 1만명)과 연간 20억「달러」이상의 예산을 쓰는 KGB는 규모에 있어서 세계제일의 정보기관이다. 소련외교관 및 해외 특파원의 40%가 KGB요원이다.
GRU는 해외주재 무관을 예의 없이 첩보요원으로 부리고 있다.
미소는 다른 나라에 첩보 대리전을 시킴으로써 이른바 「정보제국주의」국가로 등장강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나우」(NOW)는 창간호(9월20일자)에서 소련이 발붙이기 힘든 지역에 「이라크」로 하여금 KGB대역을 맡게 한 사실을 폭로했다.
KGB는 「이라크」정보요윈을 훈련시켜 영국·「스페인」등에서 갖가지 기밀올 삐내고 심지어 「나토」군 각 기지의 식사 및 「시에스터」시간까지 알아냈다고 한다.
미국정보전의 새로운 주역 NSA는 전세계에 펼쳐있는 전파수신의 총 본산이다. NSA의 핵심은 공군 주요부대인 「보안업무단」.
이 부대에는 전자공학·암호해독·세계 각 민족의 언어 등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정찰위성·전자정보함·SR-71형 고속고공 정찰기·잠수함·지장수신기지 등에서 수집된 각종 통신을 해독·분석한다.
초 장파급로부터 「레이다」용의 극초단파까지 잡을 수 있는 이른바「코끼리우리」라 불리는 거대한 수신「안테나」가 설치된 일본의 「미자와」(삼택) 미군기지는 동부「시베리아」및 북서태평양지역의 소련전파정보를 수집한다. 이같은 NSA의 도청 기지망은 세계 2천여 개소에 설치돼 있다.
DIA의 정찰위성은 지상에 있는 20∼30㎝ 크기의 물건도 식별할 수 있는 정밀사진을 찍고 30분마다 한번씩 중소국경을 감시, 국경지역의 군사행동은 물론 양국의 자동차 통과흔적까지 파악한다.
지금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본국에 앉아서도 「크렘린」광장에 주차해 있는 자동차 수를 헤아려볼 수가 있고 「모스크바」의 미국대사는 소련요인들의 차안에서의 통화내용까지도 들을 수 있게 돼있다.
인공위성과 전자 장비들은 적국의 사정을 『손금을 들여다 보 듯 정확하게』알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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