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가중…국제통화 불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0년 전인 29년 10월 29일-. 「뉴욕」증권시장에서 하룻 새 1천 6백만 주의 주식이 투매되면서 주가는 수직으로 폭락했다.
그날 「마의 화요일」로부터 1930년대의 세계대공황의 막이 열렸었다.
그런데 지난주 「뉴욕」「윌」가의 증권시장에 50년전과 흡사한 대 붕낙현상이 벌어졌다.
10월 10일 하루 중 「다우·존M」지수가 26.45 「포인트」곤두박질하더니 이튿날 일대 투매가 일어 8천1백60만주나 거래됐다.
지난주 5일간 주가하락으로 「뉴욕」증시 상장주식이입은 총 손실액은 5백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매스컴」들은 이를 「팬디모니엄」(아수라장)이라고 표현하면서 50년 전의 대공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거의 때를 같이해서 동경·「파리」·「런던」에서도 증권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뉴욕」증시 봉낙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정부가 「인플레」억제와 「달러」방어를 위해 취한 강력한 긴축조치 때문이고, 여기에 또 다른 대 불황이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가세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있다.
국제 기축 통화인 「달러」화가 미국의 높은 「인플FP」와 국제수지적자로 신인을 잃어감으로써 비롯된 국제 통화 불안은 세계적인 금투기와 증시폭락까지 몰고온 것이다.
「폴·볼커」미연방 준비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일 「인플레」억제를 위해 ⓛ재 할인율을 1% 「포인트」 올려 사상 최고인 연12%로 하고 ②미국은행의 해외 유입 「달러」를 포함한 신규대출재원에 대해 8%를 무이자로 지불 준비 예치토록 하며 ③공개 시장 조작을 통해 통화공급을 축소한다는 획기적인 통화긴축대책을 발표했다.
일종의「인플레·쇼크」요법을 쓴 것이다.
이 조치에 따라 「프라임·레이트(우대적격 업체금리)는 14·5%로 증권금융금리는 17%까지 올라갔다.
그것은 즉각 증시에 일대 타격을 가하는 결과가 되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올 들어 4번, 재 할인율을 2.5%「포인트」올렸다.
서독·일본도 두차례, 영국은 한차례 금리를 올렸고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최근 다시 재할인율을 인상했다.
각국의 경쟁적인 금리인상은 경기침체를 가속화해 80년에 대불황으로 빠져들지 앉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달러」화에의 불신감이 큰 원인이 된 국제통화 불안은 금투기·금값폭동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국제 금값은 71년 8월 「닉슨·쇼크」때까지 「온스」당 35「달러」 를 유지했고 금년 4월까지만 해도 2백40「달러」대에 머무르다가 급격히 상승해서 6개월만에 최고 4백47「달러」까지를 기록하는 폭등을 거듭했다.
미국의 「인플레」대책발표이후 3백70∼3백80「달러」선으로 다시 떨어지긴 했지만 금투기열은 아직도 이글거리고 있다.
국제통화불안을 반영하는 금투기 현상을 분석하면 흥미있는 사실을 추출해 낼 수 있다.
첫째 금투기-금값폭등은 미국의 과잉「달러」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미국밖에서 유동하고 있는「유러달러」는 약 6천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 막대한 과잉「달러」가 「인플레」에 의한 가치 잠식을 막기 위해「인플레·헤지」수단으로 금투기-실물투기에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유국으로 흘러 들어간 「오일·달러」중 상당액이 투기시장으로 모이고 있다.
둘째는 금 투기를 국제은행이 부채질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지난8월 미국정부가 보유금을 공매할 때 서독의 한 은행은 경매수량의 96%를 독점한 바 있고 소련 금의 총 대리점 업무를 보기도 했다.
셋째는 금 가격이 「달러」화 불신을 나타낼 뿐 아니라 정치불안 및 사회불안과도 함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는 금 투기는「인플레」심리를 자극, 다른 실물투기로 확산된다.
지난 9윌 중 「뉴욕」의 금값은 28%올랐는데 은값은 53%뛰었고 다른 금속류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다섯째는 금값의 대 변동은 세계불황을 재촉하는 전조가 된다는 점이다.
더우기 OPEC(석유수출국기구)에서 석유값을 계속 올릴 태세이고 그 때문에 「인플레」의 가속화 등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 금 투기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 같다.
「골드·러시」의 이면에는 이 같은 장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의미를 갖고 있다.
10월초 IMF총회에서는 국제통화의 불안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절감, IMF대체 계정을 창설하기로 합의한바있지만 실현되려면 수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