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올림픽의 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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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88년 제24회 「올림픽」을, 서울로 유치키로 한 것은 그 나름의 사연이 있는 것 같다.
80년은 「모스크바」, 84년은 「로스앤젤레스」로 이미 확정돼 있어 88년을 넘기면 한국은 2천년대나 「올림픽」개최가 가능하다는 사정 때문이다.
88년「올림픽」을 넘기면 92년「올림픽」은 남미로 넘어갈 공산이 크고 96년은 「올림픽」1백주년이어서 발상지인 「그리스」의 「아테네」로 이미 결정되어있기 때문에 결국 2천년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88년「올림픽」을 유치해 국력을 과시하자는 것이고 만일의 경우 유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92년「올림픽」의 유치경쟁에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함직하다. 「올림픽」은 유치신청만으로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납득할만한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게 되어있다.
개최지결정은 IOC위원들이 IOC총회에서 투표로 결정한다. IOC재적위원과반수의 찬성투표를 받아야 하며 1차 투표에서 결정되지 않으면 2차 투표에 들어가 종다수로 결정하게 되어있다.
현재 IOC위원은 89명. 대륙별로 보면 「유럽」이 38명으로 가장 많고 「아메리카」대륙이 19명(북미4, 중미6, 남미9), 「아시아」16명, 「아프리카」13명, 「오세아니아」가 3명이다. 이들의 동서분포를 보면 서방측이 61명, 중립이 16명, 공산권이 12명으로 서방측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88년 「올림픽」유치는 「올림픽」사상 가장 치열하게 7개 도시(서울·명고옥·브뤼셀」·「멜번」·「사웅파울루」·「런던」·「바르샤바」)가 경합하고 있고 중공도 IOC가입을 계기로 끼여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현실에서 볼 때 88년「올림픽」은 유치시가 거의 서방이어서 서방 및 중립 IOC위원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오히려 공산권에 어부지리가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70년 20억원 때문에 제6회「아시아」경기대회를 반납하고 태국에 5만「달러」를 주며 개최를 부탁했던 경우를 생각하면 이번의 유치계획은 대담한 결단이었다.
「올림픽」유치가 결정되는 81년 9월 서독「바덴바덴」의 IOC총회에서 분단국가의 불리를 어떻게 극복할지 「스포츠외교」가 주목된다. <노진호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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