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게릴라」조직의 미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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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른바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라는 이름의 반국가 지하조직의 적발은 그 성격이나 규모에 있어 국민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들이 투쟁노선을 도시「게릴라」로 잡고 있는 점이나, 조직의 결성에 있어 북괴의 배후조종보다는 자발적 성격이 강하게 느껴지는 점, 또는 구성원이 대부분 지식인이라는 점등에서 기껏 민심 선동이나 정보수집에 그친 과거의 간첩단들과는 그 유형이 판이하다.
특히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이들이 반국가적 적화활동을 이른바 민주화운동, 또는 반체제운동으로 위장했다는 점이다. 또 도시「게릴라」활동을 위한 무기·탄약·폭탄 등 구체적인 준비까지 갖추고 있었다니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김일성에게 충성서약을 보내고 독자적인 기를 제작한 것이나 체포직전 칼로 자살을 기도한 정신상태 등은 이 조직의 위험성과 흉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전대미문의 이 지하조직을 적발함으로써 이들의 흉맹을 초기 단계에서 봉쇄한 당국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온 국민의 반공경각심을 다시 하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잔당이 검거되지 않은 채로 있고 수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들 조직의 상세한 내용이나 배후 등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당국은 이번 사건이 갖는 특수한 성격, 예컨대 우리나라로서는 첫「케이스」라 할 도시「게릴라」적인 성격, 자생적 공산주의자 집단이란 성격 등에 대한 면밀한 수사·분석이 있어야할 것이다.
아울러 이들이 북괴에 보냈다는 충성서약문 등의 발송경로나 무기·탄약 등을 조달한 「루트」에 대해서도 신속·정확한 수사가 있어야 하며, 이 조직의 결성·활동 배후에 과연 북괴의 검은 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규명되어야 한다.
주범 이재문은 과거 인혁당관련으로 복역까지 한 자인데 그런 자가 다시 주동이 되어 74명이란 방대한 지하조직을 결성하고 북괴와 거래를 가지며 무기 등을 조달할 수 있도록 방치된 저간의 허점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들이 서울을 무대로 도시「게릴라」를 꿈꾼 만큼 과연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 적색「게릴라」가 준동할 소지가 있는지, 그런 미망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사회의 어느 분야, 어느 계층에 문제가 있으며, 도시의 어떤 지역·장소가 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 대비해야할 것이다.
일본의 적군파, 「알도·모로」전 수상을 살해한 「이탈리아」의 「붉은 여단」등의 폐해와 잔인성, 그 교묘한 도주 등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언필칭 민주화운동·반체제운동을 위장했다는 점에서 자칫 이들을 정치범으로 보게될 뻔한 허점이나 반국가활동자금을 위한 강도 짓을 일반 형사사건으로 볼지도 모를 우려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이들의 위장민주화운동은 기실 대한민국을 부인·전복하기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을 전제로 하는 반체제운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따라서 반국가 지하조직의 범법·범죄가 노출되기 쉽도록, 또는 그들이 발붙이기 어렵도록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정리·개선하고 일반범죄를 줄이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다수의 젊은 지식인이 「자생적」공산주의화한 원인도 재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당국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잔당검거에 가일층 분발 있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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