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안보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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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17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제12차 한미안보협의회는 북괴군의 증강확인과 주한미군철수중지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일 뿐 아니라 최근 급격히 변하고 있는 세계 군사정세속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극동소련군의 증강, 「이란」의 친미정권붕괴, 「아프가니스탄」및 남「예멘」에서의 친소정권수립, 심화된 동서독간의 군사력불균형, 소련전투부대의 「쿠바」주둔확인, 북괴군의 대폭증강확인등 급격한 변화를 보인 지난 1년여의 세계군사정세는 한마디로 소련세의 팽창과 미국 세의 약화로 표현되는 것이었다.
특히 소련의 극동군사력 증강과 함께 북괴의 군사력증강은 직접적으로 한국안보를 위협할 뿐 아니라 동북아와 나아가서는 태평양에 있어서의 동·서간 군사력균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한반도의 안보문제는 단순한 한국안보라는 차원보다는 동북아 및 태평양의 군사력균형유지라는 차원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갖게 됐으며, 이번 한미간의 안보협의회는 이런 정세에 대한 공동대응책을 논의할 기회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이다.
이번 회의의 이 같은 성격은 「브라운」미 국방장관이 서울회의참석 후 곧바로 일본을 방문, 북방 4개 섬에 주둔한 소련군의 위협아래 있는 북해도의 일본 육상자위대를 시찰한다는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미안보협의회는 어느 때보다 긴밀한 한-미간 및 미일간 안보협력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또한 응당 그래야 하리라고 믿는다.
한국으로서는 이미 군사비지출을 금년의 GNP 5.6%선에서 내년부터는 6%선으로 늘려 잡는 등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는 만큼 미국 측도 국군의 전력증강과 주한미군의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측에서 나돌고 있는 F-5기의 한국내 합작생산설, F-16기·전투용잠수함의 대한제공설, 주한 미 공군주력기의 신예기로의 대체계획 등은 수긍할 만하며, 이 같은 조치가 한국안보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태평양지역의 군사력 균형유지의 성격을 띠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우리는 이번 안보협의회에서 국군의 전력증강을 위한 장비현대화·방위산업발전 등에 미측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기를 촉구하고 주한미군의 철수중지를 결정하게 한 정세변화에 대한 공동인식이 있기를 기대한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존재가 단순히 북괴에 대한 전쟁 억지력이 아니라 극동 소군을 견제하고 태평양에서의 군사력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이 점에 관한 양국의 공동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최근 들어 안보에 관한 한미 양국의 인식이 접근하는 듯 한 경향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이번 12차 안보협의회의 결과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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