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 '석불' 만나 반색 … "바둑엔 인생·세계 전략 있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오찬 때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서로 교환한 선물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 왼쪽에 보이는 것이 시 주석이 선물한 삼국지 조자룡을 그린 그림과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를 수놓은 자수 공예품이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만찬 때 바둑을 소재로 인생에 관해 대화한 내용을 청와대가 7일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3~4일 한국을 국빈방문한 시 주석은 만찬장인 청와대 영빈관에서 박 대통령에게 “오늘 손님 중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는데 한 사람은 잘 아는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시 주석이 언급한 ‘잘 아는 사람’은 바둑기사 이창호 9단이었다. 바둑 애호가이자 이 9단의 팬을 자처하는 시 주석이 수많은 경제인과 정치인보다 이 9단을 더 반가워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국빈만찬에 중국의 ‘바둑 영웅’ 창하오(常昊) 9단을 불렀다. 시 주석은 창 9단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소개하며 “중국 바둑이 요즘 성적이 아주 좋다. 뒤를 이을 사람도 많고, 이미 많은 사람이 ‘석불(石佛·돌부처)’을 넘어섰다”고 말했다고 창 9단이 자신의 블로그에 적은 일이 있다. 시 주석이 말한 석불은 이 9단을 뜻했지만 박 대통령은 석불의 의미를 잘 몰라 웃기만 했다고 한다.

조윤선 정무수석이 3일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선물한 한글 ‘별’과 ‘꽃’ 모양의 병따개. [뉴시스]

 이를 전해들은 청와대가 시 주석을 배려해 이 9단을 특별히 초청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 9단을 만찬장에서 만나자 매우 반가워하며 악수를 할 때도 손을 크게 흔들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이창호 바둑기사는 중국에서도 매우 유명한데 중국 유수의 기사들도 이창호 기사를 거의 이겨본 적이 없을 정도”라며 한국 바둑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복잡한 두뇌게임인 바둑을 “인생의 여정과 같다”고 했고, 시 주석도 “바둑에 인생과 세계의 전략이 들어있는 듯하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4일 특별오찬 때는 한국 축구를 칭찬했다. 시 주석은 “한국의 축구 코치들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선 아시아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앞으로 한국이 중국 축구 실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다음 월드컵에서는 두 나라 모두 월드컵 16강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청와대는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위해서도 많은 준비를 했다. 만찬 때 펑 여사를 중국 인민의 스타로 만들어준 ‘희망의 들판에 서서(在希望的田野上)’라는 노래를 합창하게 했고, 중국 전통악기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중국인 여성 펑리잉(彭麗潁)에게 무대인사를 하도록 했다. 펑리잉이 “펑 여사와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하자 펑 여사는 무척 반가워했다고 한다. 시 주석도 출연자 명단을 보고 “아내와 이름이 비슷하고 딱 한 글자만 다른 사람이 있다”며 신기해했다. 박 대통령은 또 양고기를 좋아하는 시 주석의 식성을 고려해 만찬 메뉴로 양갈비구이를 내놓기도 했다. 시 주석은 만찬 때 메뉴판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이번에 정말 세심하고 훌륭한 일정을 준비하신 것 같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한다.

 시 주석 부부는 방한 동안 서로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시 주석은 특별오찬 때 “펑 여사가 어느 나라를 가든지 그 나라에서 먹어 봤던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집에 와서 항상 따라 해보려고 한다”며 펑 여사의 김치 만들기 경험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펑 여사를 “부지런한 가정주부”로 소개했다. 펑 여사는 “우리 부부는 된장찌개를 좋아한다”며 “하지만 (중국에서) 한국의 오리지널(전통) 된장은 살 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펑 여사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유명한 국민가수로 활약을 하고 있을 때였지만 상당히 소박한 덕성(德性)에 반했다”고 했고, 펑 여사는 “내가 요리를 잘해서 반한 것”이라며 웃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최고급 홍삼인 천삼을 선물했을 때는 시 주석이 “사람들이 내 건강을 부러워하면 대통령님이 주신 천삼을 먹고 건강해졌다고 소개할 것”이라고 좋아했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