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열었으나 냉랭한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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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총통후 첫번째의 정기국회이며 YH사태, 법원가처분결정,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뉴욕·타임즈」회견파문 등 정치격등후 열린 20일 제1백3회 국회개회식은 이 같은 여건변화 때문인지 시종 어색한 분위기.
상오 10시 의원들이 착석하기 시작하자 다른 때 같으면 주로 여당의원들이 야망의석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었지만 이날에는 공화당의 민관식 부의장만이 1m앞에 자리잡은 야망의 앞줄의원들과 인사를 나누었을 뿐 여야의원간에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없었다.
최규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도 과거와 달리 야당석 인사순회는 하지 않고 여당의원들과 만나 조용히 인사를 나눴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9시30분께 신민당총재실에 나왔다가 10시께 먼저 본회의장에 들어가 야당석 맨 뒷줄 자기좌석에 착석.
이보다 앞서 의사당에 들어서자마자 회의장으로 직행해 먼지 들어와 있던 정운갑 총재직무대행이 김총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해 두사람은 손을 맞잡고 미소를 머금은 채 약1분간 얘기를 나누었는데 먼저 김총재가 착석하자 정대행이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박찬 의원이 지나치다가 『무엇 때문에 대행을 수락했는지 답답한 양반』이라고 가시 돋친 인사를 건네자 정대행은 웃기만 했다.
이어 황낙주 총무가 회의장입구에 들어서자 정대행은 『나에게는 인사도 하지 않을 거냐』며 악수를 정했다.
○…여당석에는 정일권·김창근·서영희·이종률 의원등 IPU(국제의원연맹)대표단의 자리가, 야당석에는 긴급조치위반으로 구속된 손주항 의원과 지난 8월 사망한 김현기 의원의 자리가 비어 눈길을 끌었다.
손 의원 비서는 이날 상오 황총무에게 『손 의원 문제를 거론해달라』고 요청해 황총무는 21일 휴회결의를 할 때 여야총무간의 의사일정협의가 없었던 점등과 아울러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하고 했다.
개회식에는 방청객들이 약 30명밖에 오지 않아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는데 여성방청객에 석병우 의원(신민)부인의 모습이 보였다.
방한중인 「시에라리온」국회부의장도 방청석에서 시종 지켜봤다.
○…개회 첫날 정부와 여당측은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세심한 배려.
국회에서 열기로 했던 여당권의 예결위원 전체회의를 밤사이에 유정회 회관으로 갑자기 바꿨고 국회경비대 막사준공식에 참석, 준공 「테이프」를 끊으려던 구자춘 내무부장관도 그 계획을 돌연 취소.
여당총무단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예결위원조차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 판에 여당예결위모임을 국회에서 갖게되면 필요 없이 야당을 자극할까봐 장소를 바꿨다고 했다.
한편 매년 개회식 직후 여야교섭단체 대표사무실을 순회하며 인사를 해오던 최규하 국무총리도 야당집안사정을 감안해서인지 20일에는 들르지 않았다.
○…박준규 공화당 의장 서리는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NYT회견문제와 관련, 『죽기로 하면 무슨 말을 못하겠나만 차라리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지』하며 흥분.
박의장 서리는『김총재가 「케네디」를 지지하고 나선걸 보니 미국시민권을 가진 모양』이라고 비교면서 『보자보자하니 남의 나라 대통령 예비선거까지 간섭하는 등 점점 더 비상식적인 말만 한다』고 힐난.
구태회 정책위의장도 『마음속으로 「케네디」를 지지한다해도 공인이 공개적으로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며 『야당총재가 외국대사에게 두 번씩이나 꾸지람을 들었으면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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