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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 지진 때 한인 3천명 체포 부락민에 청부 학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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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김두겸 특파원】1923년 관동대지진 때 동경 등 일부지역에서 일본 육군이 한국인학살을 주도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관동대지진 기념일인 l일 동경근교「후나바시」근로회관에서 열린 기념강연회에서『「지바껜」의 관동대지진과 한국인희생자 추도조사실행위원회』가 폭로한 당시의 한국인학살현황에 따르면 옛 일본육군이 약3천명의 한국인을「지바껜」「나라시노」의 포로수용소에 격리시켜 이 가운데「불령선인」으로 낙인찍힌 일부 수용자를 주변농촌에 보내 주민들로 하여금 학살토록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일본「아사히」신문도 1일자 조간사회면 머리기사로『비참한 새로운 사실』제 하의 기사로 보도했다.
이날 강연에 따르면 당시 이 지역에서는 군대로부터 3명의 한국인을 받아 말뚝에 매달아 죽이거나 사형을 시켰으며 어떤 때는 스스로 묘를 파게 해 생매장했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희생자는 지진 발생한달 후에 학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일본정부자료에 따르면 지진발생직후 동경·「지바」·「가나가와」등의 지역으로부터「구제」「보호」등의 이름으로 3천74명의 한국인과 약 6백 명의 중국인이「나라시노」기병연대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다.
그후 석방된 한국인은 약 2천8백 명이며 나머지 3백여 명은 행방불명됐고『도중에 석방된 사람은 일체 없었다』는 정부자료에 따라 지금까지는 행방불명된 3백여 명의 대부분이 수용소 안에서 살해됐거나 병사한 것으로 믿어져 왔지만 이 가운데 적어도 수십 명은 군대가 농촌으로 보내 살해시킨 것이라고 이 실행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한편 관동지진당시의 한국인학살문제를 연구하고 있는「요꼬하마」시립대학「이마이」교수는『사회운동이나 시민운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을 군이 의도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은 많다. 주민들로 하여금 살해케 한 것은 군대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이 아니겠는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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